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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seol May 24. 2024

마지막 3개

테니스를 통한 몸과 마음의 균형챙기기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고 나서 아빠한테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테니스 칠 때마다 우리끼리 하는 룰 같은 게 있는데, 슬슬 집에 돌아갈 때쯤 “자 마지막 3개다!” 하고 공을 치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3개는 모두 잘 쳐냈을 때의 3개이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가 삐끗하면 처음부터 다시 3개를 세는 방식이다. 그러니 물론 이 ‘자 마지막 3개’를 외치고선 정말 세 개를 치고 곧바로 집에 돌아간 적은 거의 없다. 완벽하게 잘 치는 3개가 나올 때까지, 아빠 기준에 안 맞아 다시 치기도 하고  공을 어찌 넘겨도 내가 아쉬워 다시 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삘이 와서 세 개 다 잘 넘기게 되면 잘 쳤으니 보너스 3개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3개를 몇 번씩 쳤는지 모르게 계속된다.


이미 한 시간 정도 친 후인데 이 ‘자 마지막 3개’ 단계에 들어서면 더 잘 치고 싶어져 바닥난 체력과 집중력을 짜낸다. 공이 라켓에 맞는 순간까지 집중해서 치지 않으면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혼자 러닝을 할 때와는 다르게 테니스는 한 동작마다 생각할 게 너무 많은 운동이다. 무릎을 굽히고, 어깨너머로 공을 보면서 끝까지 보고, 무게중심은 뒤에서 앞으로, 손을 꺾을 땐 손등이 보이게 손을 돌려서 아래로 떨구고, 라켓이 항상 공보다 아래. 거기에 보폭이 큰 나는 크게 걸으면 빠르게 움직이기 힘들어서 ‘종종걸음으로 가서 쳐야지’라는 생각도 함께 한다. 이 모든 생각들을 머리에 넣고 다음 공을 준비한다.


집중이 필요한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 필요한 건 심호흡이다. 잠시 멈춰서 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그렇게 다시 치다보면 머리로만 이해했던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잘 쳐진 공들은 칠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 이에 또 짜릿함을 느껴서 덥고 힘들어도 꾸준히 배우게 된다. 나에게 운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과 균형을 유지하기 좋은 활동이자, 꾸준히 성장할 기회에 노출시키는 의식적인 활동이다. 마음이 시끄러울 땐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내 몸의 진동을 느끼며 달리고, 날아오는 공에 집중하면서. 잘치면 잘친대로 잘 못 넘기면 또 잘 못한대로 다시 숨을 고르고 집중하며 나에게 자꾸 기회를 준다. 동시에 이렇게 외친다. “이번엔 진짜 마지막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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