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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Aug 25. 2023

헬창 엄마와 이만보 선생 그리고 운동거부증 자녀들

    

아침7시10분.


서울에서 한 재단의 남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일어나야 할 마지 노선입니다. 한국의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7시 40분까지 등교를 해야 지각을 하지 않고, 벌점도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 다 귀에 귀마개를 끼운 듯 꼼짝하지 않는군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상을 영위코자 에미는 좀 더 뛰고 싶은 마음을 접고 들어왔건만 이 녀석들 오늘은 호통을 쳐 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엄마는 자칭 달리기 선수인데 아이들은 영 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탓일까요. 애들은 소파에 약 65도로 기울어진 자세로 목만 앞으로 쭉 내밀어 자라 같은 모습입니다. 하긴 태어나자마자 핸드폰이 자기 친구들이었으니 그것만 바라보고 손가락 끝의 작은 움직임으로 자기 만족은 극대화할 수 있겠죠. 큰 아이는 경도 비만, 작은 아이는 비만이라는 인바디 결과를 보고 건강추구자 에미는 동공이 흔들립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운동추구자로 살아오며 아이들에게 무던히도 운동을 같이하자고 꼬셔댔습니다. 딸은 단칼에 “놉” 몸 좋은 남자애로 거듭나고 싶 어했던 아들은 방학동안 헬스를 같이 다니고 식단조절에 합류하기까지는 했습니다. 아들은 십대의 건장한 몸이라 한 달동안 설탕이 가미된 식품과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고 샐러드, 단백질, 현미밥만으로 구성된 식단을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빠지더군요.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으로 고등학교 교복을 맞췄으나 지금은 교복 이음새가 터지려 합니다. 무너진 식단만큼 아이의 살이 늘어났습니다.      


우리는 한가족이지만 같이 운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배우자와 저는 운동에 대해 추구하는 목표가 다릅니다. 저는 달리기, 남편은 등산 혹은 산책을 즐겨합니다. 속도와 방향이 다르니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기회라곤 제가 남편의 산행에 동반했을 때뿐입니다. 연애시절 그와 함께 북한산에 갔다 그의 등만 계속 보고 버려진 자식마냥 정신없이 뒤쫓아 내려와 산행이 무섭다 여기게 된 후, 그와 동반하는 걸 즐기진 않았습니다. 남편에게도 사정이 있는데요, 그는 아들과 축구공을 차다 발목이 심하게 접질린 후 원상복귀가 되지 않아 산행을 단시간에 목표삼아 끝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견우와 직녀처럼 연례행사로 산행을 같이 합니다.      


또 그는 저녁에 자신이 하는 산책은 ‘휴식’이자 ‘치유’의 시간이라고 정해두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음악을 듣고 하루 종일 보험사에서 상대했던 고객과 동료들의 말들을 발걸음에 버리고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고 싶다고 선언하더군요. 그렇겠죠. 그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래요 손잡고 다정히 산책하는 부부는 드라마속 이상향일 뿐입니다.     


저는 운동의 목표가 건강한 체격에 있습니다. 공복유산소로 달리고, 근력운동을 주 3~4회 하며 부상을 감소 및 유연성 강화를 위한 필라테스까지 오로지 저만을 위한 시간으로 설정해 둡니다. 말초신경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는 저는 근육이 잘 붙지 않습니다. 일년내내 ‘헬창’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운동해도 근육량은 고작 1kg에서 1.5kg늘어날 뿐이지요. 어쩌면 저도 참 효율 떨어지는 일인데 집착처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방량을 떨어뜨리는 것만이 몸의 밸런스를 좋게 하는 방법이라 여기며 그냥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운동할까의 말에 “놉”이라 단칼에 외치는 딸아이는 사실 근부자입니다. 지금 고삼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려 공부중인데요. 하루 대다수를 그림을 보거나 그리거나 하는 중이고, 그 외의 휴식 시간에는 휴대폰의 친구들과 놀며 쉽니다. 그러다 보니 승모근이 두터워졌고 어깨 또한 라운드 숄더증상이 보입니다 . 이제는 목까지 변형이 오려고 합니다. 몸쓰는 운동을 하는 엄마 눈에 경계경보가 울리기 시작하는데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아요. “지금은 운동하고 싶지 않아 나는 지금도 이미 충분히 힘들어.”란 말로 반복적 거절만 합니다. 이 아이가 초등학생 시절 학교 대표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 학교선발 달리기 선수였는데 말이지요. 운동이 싫어졌답니다. 언젠가 하겠지하며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문제는 사실 저를 많이 닮은 ‘아들’입니다. 아들은 키 178에 몸무게 85kg이 나갑니다. 비만이죠.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할 때 자세가 나오질 않는 몸꽝입니다. 다 제 유전자 탓입니다. 그럴수록 운동을 가까이 하고 식단을 자제해야 하는데, 학교는 매점 가는 재미로 다지고 학교 급식 메뉴보다 밖에서 먹는 외식의 유혹에 늘 지고 마는 팔랑귀를 가졌죠. 우리 아이만 먹은 만큼 찌고, 움직인만큼은 빠지지 않아 지금 교복 바지가 위태로울 지경입니다. 이 아이 또한 학교의 체육대회나 친구들과의 농구시합 등을 거절하지 않는 듯 한데 좀 더 혼자만의 유산소 운동을 일삼아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곧 성년이 될 겁니다. 책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운동을 즐겨하는 부모라면 애들도 운동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책을 좋아하고 운동을 즐겨하는데, 아이들은 책도 안읽고 운동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면, 인생의 참 재미는 지루한 일상을 엮어가는 보람찬 루틴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달라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참 두 아이를 이제 정말 깨워야겠습니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만 자신의 잠재된 운동력을 쓰는 우리 아이들 오늘 스텝 꼬이지 않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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