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이 누군가의 밤이라

보라고 쓰는 일기 [23.03.16]

by 이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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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일기를 꼭 그날에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날에 시간이 지나서 쓰는 일기는 일기라 보기 어렵지. 오늘이 돼서야 4일 전 일기를 쓸 바에는 그냥 오늘의 일기를 쓰는 편이 더 나으니까. 이건 일기에 대한 입장 차이다. 일기를 일상의 기록으로 쓰는 사람에게는 16일의 일을 적으면 그건 16일의 일기가 되는 것이다. 날짜가 며칠이 지났든지 말이다. 어 잠깐만... '일'상의 '기'록. 일기. 아? 진짜로? 그래서 일기였어?? 잠시 다른 인터넷 창을 켜고 일기의 어원을 검색해 보니 진짜로 그런 의미다. 이럴 수가..


비록 사전적 의미가 일상의 기록을 가리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일기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일기를 다르게 정의한다. 일기는 나의 일상에 대한 해석이고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이 일기이다. '오늘은 일어나서 아침밥으로 계란 프라이를 먹고 친구랑 나가서 신나게 놀았다. 참 재미있었다.'식의 사건나열 일기를 쓰던 초등학생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일기의 날짜는 사건의 시간이 아니라, 그 내용을 적고 있는 순간의 날짜를 쓰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또 다르기 때문에다. '지금'의 내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쓰고 있으므로, 적는 순간의 날짜를 적는 것이 옳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두 번째 의문.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은 3월 17일 새벽 4시 20분가량. 하지만 나는 16일의 일기를 쓰고 있다. 이것은 또 무엇인가? 여기까지만 보면 앞뒤가 안 맞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이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기의 정의를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내가 내리는 정의대로 적용했듯이, 나는 하루의 개념 또한 내 멋대로 적용하려는 거다. 이거는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나에게 하루는 눈을 떠서 일상을 살아가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기 전까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낮잠은 고려하지 말자. 그건 그냥 눈 감고 쉬는 거다.) 그 말인즉슨, 내 핸드폰은 지금이 3월 17일 4시 23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세상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16일이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따가 잠이 들 때까지는 나의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겨우 12시간의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잠든 시간을 빼고서도 24시간이 넘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하루의 시간이 너무나 다양하다. 근데 이게 차라리 더 맞지 않을까? 23시 59분과 00시 01분은 겨우 2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그걸 서로 다른 날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이상한걸? 나는 이 시간이 되도록 16일이 끝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이 시간에 벌써 17일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이다. 이게 맞는 거 아닐까?


그렇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인간이 만약 절대적인 시간 아래 놓여있다면, 그건 시간에 휘둘려 살아가는 존재에 불과하게 된다. 나는 인간이 시간마저도 극복하는 존재라고 믿는다. 적어도 자신의 시간만큼은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다고 말이다. 1년보다 소중한 1시간은 분명히 존재하며, 하루를 위해 6일을 버틴 사람은 그 하루가 너무나 짧게 흘러가겠지만, 그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나의 시간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역시 시간은 상대적이다.


이 글은, 시계가 어느덧 17일의 04시 30분을 가리키는 어느 새벽, 아직 16일의 하루가 끝나지 않은 이고양이 잠들지 않는 16일의 밤에 적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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