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날들도 기록하면 특별해진다

보라고 쓰는 일기 [23.06.25 Sun]

by 이고양
KakaoTalk_20230625_225403746.jpg V-log Youtube. '글그림.홍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멋진 V-log의 오늘 영상 제목.

'그냥저냥 날들도 기록하면 특별해진다'


제목을 보자마자 무언가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것은 마치 기록을 자꾸 하다 말다, 꾸준하지 못한 나를 질책하는 듯한 제목이기도 하고, 또 오늘 나의 하루 또한 특별했노라고 토닥이는 듯한 제목 같기도 하고. 그냥 무언가 찌르르한 울림이 있었다.


오늘 나의 하루는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가?

이 질문에 그 V-log의 주인이라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모든 나날은 기록할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야'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할지 어떻게 아느냐면, 한 때 기록할 가치에 대해서 논하던 나에게 그 멋진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겨서 누군가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나에게 '기록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삶은 없어'라고 단호하게 내뱉던 사람. 새삼 반할 만큼 멋진 말이었다. 그 말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일상을 그토록 열심히 기록해 나가는 사람이겠지.


그날의 대화와 오늘의 V-log 제목은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생각하면서, 정작 취급은 그렇지 못한 나.

기록되지 않고,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하루는 어쩌면 평범한 날들 중 하루로 그저 지나갈 뿐일지도 모른다.


23년도 6월 모의고사 영어 41번 지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뇌는 유사한 사건들을 병합하는 특성이 있다. 2주 전 목요일의 아침식사가 특별할 것이 없었다면 그 기억은 '아침식사'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병합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학습을 과정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사건들 속에서 뇌는 일련의 규칙을 추출해 내며 그것은 우리에게 '지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일상화된 행동 패턴은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될 뿐, 개별적인 사건을 따로 기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의 뇌는 특별하지 않은 모든 일상을 하나로 통합해 버린다. 그렇게 우리의 매일매일은 그냥 평범한 하루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딱히 기억할 수 조차 없는 그런 평범한 하루. 그런데 아침식사 시간에 그저 늘 하던 대로 의미 없이 그저 '식사'를 한다면 그 시간은 평범한 '아침 식사'에 통합되어 버리지만, 그날 아침 창 밖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거나, 마주 앉은 사람에게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말한다거나, 그날 아침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표현한다면 그 식사는 그 순간 특별한 것이 되어서 따로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뇌가 움직이는 방식이 참 가혹하면서도 참 멋지지 않은가? 우리의 뇌는 어쩌면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내 시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떠한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 시간들은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일상이라고 자동으로 분류해 버린다. 그런데 내가 그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만 한다면, 아니 평소와는 다른 어떠한 의식적인 행동을 하나라도 더한다면, 뇌는 그 시간을 기꺼의 '특별하다'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특별해지는 것에는 엄청 어려운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이 시간을 기억하는 것. 이 시간이 평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그것 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그 시간을 '특별하다'라고 여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긴 모든 하루는 특별한 하루가 되는 것이다.


나의 일상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시간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나의 삶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


그 어려운 일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기록일지도 모른다.



이전 08화읽어야 하는 것은 책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