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고 쓰는 일기 [23.06.27 Tue]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그 일을 확실하게 끝맺음하고 다른 일로 넘어가는 사람.
그리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벌여놓고 결국 마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은 사람.
나의 여자친구인 홍토끼님은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고
나는 후자에 속하는 전형적인 사람이다.
전자의 사람이 보기에는 후자의 사람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뱉은 말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실제로 홍토끼님은, 마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다.
이건 변명하려고 쓰는 일기가 아니라 인정하려고 쓰는 일기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밟아온 나의 단점.
정말 많은 일을 벌여놓고 결국 해내는 건 두어 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해낸 두어 개를 보며 대단하다 말하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가 결국 하지 못한 나머지 것들을 보며 실망하곤 한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평가가 나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 단점을 고치지 않았던 것은
타인이 나에게 가지는 실망이, 나에게는 그리 큰 타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단점을 언급하며 뜯어고치려는 이유는
홍토끼의 목소리에서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건 나에게 아주 큰 타격이 된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
평생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그렇다면 변해야 한다.
새로운 일은 더 이상 벌이지 말고
미뤄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
넘치는 아이디어도 완성해야 의미가 생기는 것.
끝내주는 계획도 실행을 해야 결실을 맺는 것.
그러니 미뤄둔 일들을 하나하나 잡아나가야 할 때.
이 일기마저도
말뿐이 되지 않도록.
딱 1년 뒤 오늘 날짜에 이런 일기를 써보자
'1년 전에 결심한 뒤로 여기까지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