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을 떠밀어 줄 수 있는 책

불렛 저널(라이더 캐롤) / 독서리뷰 22-1 / 이고양의 독서리뷰

by 이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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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불렛 저널 - 라이더 캐롤

[22년 1월 1일 ~ 1월 2일]


# 01


자유. 이 두 글자의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한없이 긍정적이다. 우리 삶의 모든 고난과 역경이 통쾌하게 해결되는 듯한, 가슴속 꽉 막힌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동경한다. 구체적으로 자유를 얻기 위해 무엇인가 해본 적은 없을 수 있지만, 자유로운 삶이 싫어서 그것을 거부하고 구속과 속박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자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유를 한없이 동경하지만, 그 자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더 동경하는 지도 모른다.


사전적 의미의 자유 말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아마 세상에는 수많은 자유로운 삶이 있을 것이다. 모두의 삶은 다른 것이니까. 오만한 생각으로 '이것이 바로 자유다!'라고 선언할 생각은 없다. 내가 감히 다른 이의 자유를 재단하고 부정하여서 이것만이 자유라고 선언할 권리는 없으니까. 다만 내가 찾은 나의 자유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 자유로운 삶이라는 것은, 나의 삶을 온전히 내가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선택을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것이다. 그 선택에 다른 무엇인가의 개입은 원치 않는다. 사회적 통념, 다른 사람의 시선, 관습, 간섭 등등..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나의 독단으로 이루어나가겠다는 말은 아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기의 타인의 도움도, 조언도 필요하고, 다른 이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다. 다만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그 모든 것들은 고려 사항이지 그 요소들이 내 선택을 좌지우지하게 두고 싶지 않을 뿐이다. 오롯이 나의 의지로 이루어지는 선택. 그것이 나에게는 자유이다.




# 02


자유로운 삶을 위해 나로부터 떼어놓으려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나의 자유를 해치는 것들, 나의 의지에 반하는 것들. 그중, 내가 가장 크게 의식하고 조심하려 하는 것은 바로 나의 본능과 욕망이다. 내 인생의 선택을 가장 맡기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내 안의 본능과 욕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놀고 싶고, 쉬고 싶고, 하고 싶지 않고, 한없이 게으르고 싶은. 내가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대상은 바로 그 마음이었다. 나는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 게으르고 나태한 본능을 가진 사람이니까. 내 인생을 해치는 선택을 하지 않으려면 나는 가장 먼저 그 두 가지를 경계해야만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삶을 이야기할 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 아니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 안에 큰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한다는 것은 얼핏 듣기에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는 올바르고 숭고한 삶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마음이 있다. 꿈과 이상을 쫓아가려는 건강한 나의 자아와, 편안함과 욕망을 쫓아가는 나태한 나의 자아. 이 두 가지 마음의 소리를 구분하지 않고 따라가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태한 나의 자아가 말하는 내면의 소리가 더 잘 들리곤 했다.




# 03


다행히 나에게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은 멘토가 있었고, 덕분에 나는 나의 시간을 관리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나에게 시간관리라는 것은 단순히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쉽게 파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날뛰는 들짐승 같은 나태한 자아를 길들이기 위한 도구였다. 십 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정말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수많은 시간관리 방법들을 카피했었고, 나중에는 내 나름대로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툴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같이 실패했다. 계획을 실패해 본 경험으로는 어지간한 또래 사람들에게는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패해 보았으니까.


그 실패들 속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실패가 단순한 실패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 그것을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덕분에 무수히 많은 실패들은 개선되어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고, 그 개선들은 쌓이고 쌓여서 점점 더 나은 방법을 나에게 제시해 주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라고, 좌절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자존감과는 별개로 자신감은 부족했다. 그렇다. 나는 나의 방식에 자신이 없었다.




# 04


4년 전, 서점에서 불렛저널을 집어 든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표지가 멋있었다. 제목도 멋있었다. 그래서 그냥 끌렸다. 운명이라는 말을 붙이는 건 너무 거창하고, 정말 우연이었다. 심지어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몰랐다. 때때로 만나는 행복은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찾아온다는 말처럼, 그 우연은 나에게 큰 행복이 되었다. 벌써 4년째 매년 새해에는 이 책을 첫 책으로 집어 들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불렛저널은 시간관리에 대한 책이다. 서점에 가면 책장 하나를 가득 매우는 다른 시간관리 서적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더 뜬구름 잡는 소리를 잘한다고 해야 할까. 라이더 캐롤은 그 이중성을 정말 간단하게 해결했다. 단지 책의 챕터를 나누었다. 시스템에 대한 소개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로. 그리고 두 갈래로 나누어진 두 개의 우물을 모두 깊이 있게 팠다.


내용에 대해서는 섣불리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혹여나 읽게 될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다. 이 책이 나에게 행운이 되어준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정답을 찾으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관리하기 위한 자신만의 정답을 찾으라고. 그 정답을 찾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가이드 정도는 해주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솔직히 그의 가이드는 필요 없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나의 방법은 잘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조금 잘난 척을 해보자면, 그가 제시하는 시스템도, 마음가짐도, 내가 찾아가고 있는 나만의 방법과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읽는 내내 기뻤다. 조금은 울컥했었다. 치열하게 싸웠던 지난 나의 시간들을 향해 잘해왔다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지금처럼만 계속 찾아나가면 되겠다고, 그렇게 허락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 05


라이더 캐롤이 시간관리의 신은 아니다. 그의 방법이, 그의 시스템이, 그의 주장이 100% 옳은 것도 아니다. 읽다 보면 순순히 동의하기 힘들거나, 내 생각과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읽다보며 그냥 싸우기만 한다. 이미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은 빠르게 넘어가고 부딪히는 부분만 계속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에게 허락받은 기분이 든다. 잘 해왔다고. 잘 하고 있다고. 잘 할 것이라고.


우리는 때때로 허락이 필요할 때가 있다. 스스로 결정한 길을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니까. 아주 강한 사람마저도, 가끔은 자신의 선택이 불안하고, 자신이 걸어온 길이 불안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럴 때면 누군가 등을 떠밀어줄 때까지도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그 등을 다시 한번 더 떠밀어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치 않다. 잘 하고 있다는 단 한마디. 믿고 있다는 단 한마디. 괜찮다는 단 한마디. 그런 한마디들이 머뭇거리는 등을 부드럽게 밀어준다. 다시금 걸어갈 수 있게, 혹은 새로운 길을 걸어나갈 수 있게 말이다.


이 책은 4년 전,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던 나의 등을 강하게 밀어붙여 주었다. 이제는 1년을 시작할 때마다 나를 좀 더 떠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이 비단 나에게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더 많은 사람의 등을 떠밀어 줄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던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내밀어진 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 시간을 관리한 다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인생이 바뀔 것이라 장담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인생을 절실하게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