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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디 Apr 21. 2021

[미디어교실]미디어의 힘 : 미디어는 메시지다(2/2)

이전 글에서 미디어는 의사소통과정에서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메시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바꿔 말하면 메시지와 미디어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뒤섞여서 존재하며 의미를 생성한다.본 글에서는 미디어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미디어와 메시지를 나누어 설명하였지만, 실은 미디어와 메시지는 함께 혼합물처럼 존재한다[1].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너를 사랑해`란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다. 말로 할 수도 있고, 카톡으로 보낼 수도, 손편지로 한 글자 한글자 정성되이 써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표현된 각각의 의미는 상이할 것이다. 대부분은 뜬금없는 카톡의 광고 마냥 오는 메시지보다는, 손편지에 적힌 메시지를 더 좋아한다. 사랑이라고 다 같은 사랑이 아니다. 전자가 가볍고 장난스러운 `사랑해`라면, 후자는 훨씬 진중하고 진심이 담긴 `사랑해`이다. 사랑에 대한 미묘한 의미 차이가 메시지(나는 너를 사랑해)와 미디어(카톡, 손편지)가 함께 뒤섞여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것이다.

카톡과 손글씨. 같은 메시지이지만 드러내는 의미는 다르다.

 이처럼 미디어는 단순히 메시지를 나르는 그릇이라기 보다는 메시지와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미디어 교육에서는 이같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의미를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글자 해독 능력을 넘어서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미디어가 의미에 끼치는 영향을 실례를 통해 조금 더 살펴보자.

미디어는 전달 도구에 그치지 않고 메세지와 함께 섞여 의미를 생산해 낸다.



미디어는 단순히 그릇이 아니어요.

  

 유년시절 만화책에서 유머와 세상을 배웠다. 그 중 드래곤볼은 90년대를 살아간 남학생들에게 필수교양서적과 같은데 드래곤볼의 세계관과 캐릭터, 용어를 모르고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았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너도 나도 에너르기파를 쏘아대며 지구를 지켜내기 바빴다. 보이지 않는 기의 결정체인 에너르기파를 쏘고 맞는 와중에 ‘에네르기파’를 실제로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그러던 우리에게 희소식이 있었다. 바로, 드래곤볼이 영화, 실사판으로 나온다는 소식이었다. 정말 부푼 마음으로 비디오를 빌려봤지만, 영화 <드래곤볼>은 만화책 『드래곤볼』이 아니었다.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에네르기파를 보고 싶었단 말이다, 에네르기파를. 손오공을 돌려줘


 물론 단순히 캐릭터와 배경의 재현이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각 매체의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내용을 옮긴 것이 문제다. 즉, 새로운 미디어에 내용을 담는 것(adaptation)은 내용의 반복일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2]. 왜냐고? 의미는 메시지(내용)와 미디어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미디어와 메시지 같은 소재도 미디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띈 작품으로


 미디어가 메시지에 끼치는 영향, 더 적확하게는 의미에 끼치는 영향은 ‘신과 함께’라는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과 함께’는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영화와 뮤지컬로도 각색되어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신과 함께’는 주인공 김자홍이 죽은 뒤에 저승 세계에서 7번의 재판을 받고 환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웹툰, 영화, 뮤지컬도 이야기의 큰 흐름은 동일하지만, 각각의 ‘신과 함께’가 전달하는 주요 메시지, 등장 인물 그리고 서사 전개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웹툰의 중심 메시지는 평범한 주인공 김자홍의 재판 과정을 통해 독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이 주요하다면, 영화의 경우에는 `이승에서 저지른 죄의 처벌에 대한 공포‘가 주요 메시지이다[3]. 반면에 뮤지컬에서는’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과 용서‘가 주된 메시지로 표현된다[4].


 웹툰의 경우에는 작품을 읽는데 있어 시간의 제약이 없다. 집에서도 읽을 수 있고 지루한 회의 시간 틈틈이 볼 수도 있다. 가슴을 울리는 부분에서는 한 동안 멈출 수도 있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면 앞의 내용을 찾아볼 수도 있다. 웹툰 『신과 함께』 는 독자가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김자홍이 불효에 관해 심판 받을 때 증거로 제시된 어머니의 못 박힌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학창시절 `쾅` 소리나게 닫았던 방문이 생각나기도 한다. 

웹툰을 읽는데 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이 가능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와 뮤지컬은 2시간 안짝으로 끝을 봐야하기 때문에 웹툰의 모든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없다. 이야기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영화에서는 웹툰에서 주인공에 버금가는 주연인 변호사 ’진기한‘이 사라지고, 저승사자 `강림`이 역할을 대신한다. 또한 영화의 경우에는 대형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화면과 소리가 장점이다.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스펙터클한 지옥 장면이 필수적이고, 이는 영화의 주제를 `죄에 대한 성찰`보다는 `처벌`에 무게를 둔다. 

지옥의 스케일! 역시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보아야... 덕분에 주제 또한 자신에 대한 성찰보다는 죄의 처벌에 무게를 둔다.

 뮤지컬은 큰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이 `지금 여기서` 만나는 장르이다. 뮤지컬은 웹툰이나 영화와 다르게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고정시킬 수 없다. 웹툰 작가는 한 화면이나 한 칸에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그리고, 영화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을 제한한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럴 수 없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주인공들의 싸움이 중요한데, 관객은 조연들의 표정을 주시할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 《신과 함께》에서는 세세한 내용 전개 보다는 분명한 대립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자홍에 대한 용서를 주장하는 지장보살과 진기한 변호사, 반대로 심판을 중시하는 염라대왕과 강림도령의 대결 구도가 뮤지컬에서 주요하게 그려지는 이유이다. 

무대 위, 지금 여기서 만들어지는 뮤지컬. 관객에게 한 지점을 부각시킬 수 없기에 전반적으로 뚜렷한 대립구도를 나타낸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다. 미디어(object)는 그냥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미디어는 내용에 깊게 관여한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미디어의 세 가지 존재방식(내용으로서 미디어, 기기로서 미디어, 공간으로서 미디어)이 이었다. 이제 조금 끝이 보인다. 이전 글에서 내용뿐만이 아니라 기기로서의 미디어가 의미 형성에 끼치는 영향을 보았다면,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 남은 공간으로서의 미디어가 의미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겠다.




 <참고문헌>

[1] 맥루언을 읽는다, 김균 & 정연교, 궁리, 2006. 

[2] A Theory of Adaptation, Hutcheon, Routledge, 2013.

[3] 매체 전환과 스토리텔리의 관계 고찰 ; 웹툰 『신과 함께』와 영화 <신과 함께>를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주민재,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한국문예비평연구 No.61, 2019.

[4] “웹툰의 무대화”, 박병성, 더뮤지컬, 2017. 6월호. 


<이미지 출처>

[1] 드래곤볼 포스터(좌), https://blog.daum.net/luckyman717/684

[2] 드래곤볼 포스터(우), http://www.yes24.com/Product/Goods/45068747 

[3] 나태지옥,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81318147214926 

[4] 뮤지컬 `신과 함께` 무대, 

https://mcst.go.kr/kor/s_policy/comm/studentNews/studentNewsView.jsp?pSeq=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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