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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by 김소이
Otaru, JAPAN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되었던 영화 '러브레터'.

이 영화를 본 순간, 내용보다는 영화의 배경인 눈으로 하얗게 덮인 그곳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저긴 어디길래 저렇게 눈이 많이 오는 곳일까,라는 궁금증에 영화 촬영지를 찾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설국으로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 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앉는 순간부터 시작된 하얀 풍경은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펼쳐져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곳에 왔구나.

내가 이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서 있구나.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30분이면 닿는 작은 도시였다.

오타루에 도착하자마자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서 돌아다닐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눈이 금방 그쳐서 짧지만 강렬했던 오타루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온통 하얗게 뒤덮였던 오타루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이 주는 황홀한 아름다움에 빠져 날씨는 추웠지만 내가 이곳에 있다는, 어쩌면 약간은 비현실적인 시간 속에 잠시 머물러 있던 기분이었다.


추위에 몸을 녹이러 들어갔던 카페마저도 너무 아늑했던 느낌이라 오로지 따뜻함으로만 기억되는 그 시간,

온 도시를 하얀 눈이 뒤덮어 그 풍경이 주는 고요함이 가득했던 그 시간,

처음 홋카이도와 사랑에 빠졌던 그 시간,

2013년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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