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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모니카 Oct 30. 2020

겸손은 인생이란 음식에 양념이란다


메주고리예를 오면 가끔 가는 케이크 집을 찾았다. '카페 GT' 우리는 따로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아주~ 맛있는 케이크 집'이다. ㅎㅎ


카페 GT


카페가 크진 않다.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는 곳과 커피를 마시는 곳으로 나눠져 있고, 테이블은 네 사람씩 앉으면 4개 정도, 아담하게 놓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제일 먼저 다양한 케이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식이 화려하진 않지만 아주 먹음직스럽게 올려진 크림과 초콜릿, 과일들을 보니
'뭘 먹으면 좋을까...' 금세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초콜릿 크림이 채워진 시트에 잘게 부순 견과류를 잔뜩 올린 '스니커즈', 베리잼을 두껍게 올린 '치즈케이크', 페레로로쉐 초콜릿이 통째로 올려진 '초콜릿 케이크'

달콤함이 적당해서 먹을수록 맛있고, 다 먹도록 질리지 않아 말 그대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조각 케이크가 1유로(=1400원), 가격까지 착하니 기분까지 좋았다.



케이크를 먹고 있자니 문득 얼마 전, 신부님께서 해 주신 강론 말씀이 생각났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
작은 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자기를 낮추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해 주셨던 말씀을 해드릴게요.

'겸손은 양념과도 같단다.
모든 음식의 맛을 내주는 양념 말이지.
겸손은 인생의 사는 맛을 내준단다.'

​겸손한 사람과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됩니다. 그들과 있으면 맘이 편안하고 평화롭죠.
또 그들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교만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불평, 불만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싸움과 분열이 일어나죠.


겸손은 '인생이란 음식에 양념' 과도 같다. 정말 멋진 비유였다.

순례를 하다 보면 이렇게 먹다가도 '겸손'을 떠올린다. '케이크를 먹다가 그랬으니 '케이크 영성' 인가' ㅎㅎㅎ



메주고리예에서 머물렀던 시간들이 점점 '기록'이 되어 가고 있다.

​먼 곳, 낯선 나라에 와 있지만 여기서도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무미건조한 빵을 물 없이 씹어 먹 듯 퍽퍽한 날도 많았다. 부드러운 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며 달달하게 보낸 날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날이든지 하루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날, 그날에 감사할 수 있었다.


케이크 집에 다녀온 날, 오늘 하루 기막히게 달콤한 맛을 내 준 케이크를 '순례길의 겸손'이라 부르며,



우리 삶에도, 다른 이에게도 '달콤한 케이크'처럼, 인생의 맛을 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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