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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Jun 13. 2020

직장을 그만두는 후배님을 보내주는 법

나도 좀 데리고 가

회사를 다니면서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는 직장 동료가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갈 때다. 같은 부서에서 2년 정도 동고동락했던 후배가 슬쩍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대리님 저 이번에 그만둬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스럽고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좀 더 잘 대해줄걸, 좀 더 많은 추억거리라도 쌓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뒤늦은 후회만 밀려온다.


"그래.. 내일 저녁이나 먹자"


삼겹살에 소주가 아닌 일식집에서 특초밥 세트에 사이다를 시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우리가 잘 맞았던 이유도 이런 소소한 식습관에서 나타났다. 둘 다 평상시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당연하게 물어보는 퇴사의 이유와 최근의 근황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다. 다시 잘 생각해보라는 회유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이미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수십 번, 수백 번의 고민을 반복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퇴사를 2번 겪어본 나도 그랬었다. 


후배님은 이직을 준비하는 게 아닌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계란 한 판이 조금 더 넘어가는 나이에 다소 늦지 않겠나 걱정도 되었지만 잘될 거라고 파이팅해주었다. 동시에 나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정답인가"

"계속 다닌다면 부장까지는 달 수 있을까, 그게 몇 살까지 일까"


여행업계인지라 사소한 복지가 하나씩 없어지고 최근에는 연봉 동결까지 결정되었다. 그리고 20년 상반기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심각하게 회사의 위기가 찾아왔고 인원감축까지 되다 보니 미래는커녕 당장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모두들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직했을 때 팀장을 포함한 직원이 대략 10명 정도 되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팀에서 나만 제외하고 모두 떠났다.(이렇게 고인물이 되어버렸다)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하는 직장 동료가 대부분이었고 선후배 관계없이 가끔 만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다.  


친한 직장동료가 처음 떠나갈 때에는 세상이 무너질 듯 슬프고 이제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이 컸지만 한 명 한 명 퇴사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더라. 이때 내가 가지는 마음가짐과 동료를 떠나보내는 방법도 나름 정해졌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내가 억지로 잡을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한다>

회사에 한정되는 말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진리의 말이라 생각한다. 정말 마음이 맞고 친한 동료라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하던 상대방이 연락을 해오던 어떻게든 간에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연스레 멀어지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우리는 딱 그 정도의 인연만 이어왔던 것이다. 


                                                     <직급과 나이를 내려놓는다>

회사를 벗어나면 직급이나 나이를 잊어버리고 상대방을 대했다. 선후배에서 가까워지는 형 동생이라 부르는 수준을 넘어서서 동갑내기 친구처럼 대했었다. 위선적이거나 가식적인 모습을 버리면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차츰 마음을 열게 되는 것 같다.


                                        <회사 이야기보다 일상생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업무에 대해서는 정말 필요한 말만 하기 위해 노력했고 점심시간, 휴식시간, 그 외 모든 시간은 소소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날씨라던지 가벼운 뉴스 기사에 나올만한 주제부터 말하는 식이다. 직원의 성격에 맞춰서 사생활에 조금이라도 민감한 사람이면 일상에서 흔히 말할 수 있는 주제들로 대화를 했고 조금 더 깊게 친해진 직원은 사생활 부분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입이 가벼우면 조금 위험할 수도?) 


 

사실 쿨하게 잘 가라고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나도 좀 데리고 가 이자식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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