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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Feb 11. 2019

멀리 떨어져 있는 너에게

거의 매번 연인께선 익숙한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멀리 떠나 계셔야 할 상황이면 연락을 잘 안 하신다. 먼저 대화의 시작을 여는 경우는 드물며, 내가 먼저 시작한 대화나 인사에도 간단히 대응만 하시거나 무뚝뚝하게 짧게만 대답하시는 때도 있다. 스트레스가 조금 심한 상황이나 분주하고 바쁜 상황, 혹은 몸이 안 좋다거나 그래서 기분이 가라앉고 저조한 상황, 그런 특수한 상황들에서는 그마저도 대화가 어긋나거나, 무관심 또는 귀찮음이 느껴지고 퉁명스럽기까지도 하신다.


꼭 자기 자신만의 상황과 감정, 기분에만 푹 빠져, 자기 바깥의 외부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고 싶지 않거나 성가시게 여기시는 듯하다. 물론 사회적 관계나 동료들에게는 아무리 자기 상황이 그렇다 하여 그리 행동하지는 않으시겠지. 아마도 나와의 대화에서나 그러시는 것일 테다. 나에게 한정된 그런 태도가, 남들보다는 더 편하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거라 그러시는 건지, 남들보다는 더 쉽고 막대할 수 있으니 자신의 화를 구태여 제어하지 않고 그냥 넘쳐흐르게 놔두는 식으로 짜증을 부리시는 건지, 그 어느 쪽인지를 명확히 나눌 순 없겠지만 그 어느 쪽도 문제는 문제일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어렵다.


더구나 연인의 그런 자기중심적 태도는 그 대화의 어긋남이나 퉁명스러움으로 분명 나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 일상 속의 문제들이나 그로 인한 여러 스트레스와 연인을 분리하는 편인데, 그래서 내 문제들로 화가 나거나 진이 빠져있을 순 있어도, 그 화나 짜증을 그때 마침 다가온 연인께 반응하는 내 태도로까지 번지게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짜증스러운 상태의 나로서 연인을 만난다 해도, 나의 사랑하는 연인은 마땅히 나의 사랑과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할 상대로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조금은 덜 적극적일 순 있겠으나, 나 자신의 문제만으론 내 안에 차지한 연인의 그 자리나 비중이 희미해질 순 없겠다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연인의 그러한 자기중심적 태도가 나를 향하여 쏟아질 때, 나 역시 어느새 연인을 향해 있던 내 마음을 서서히 걸어 잠그고, 나 자신의 감정과 짜증들에만 잠겨 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고조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야 만다.


우리 연인은 늘 직접 만나서 서로에게 쌓인 지난 감정들을 깨끗이 씻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만나 서로의 얼굴과 표정을 보며 더욱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서로의 몸이 닿고 꼭 안아주거나 등을 쓸어줄 때, 그때에 서로의 존재를 더욱 절실하고 확연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쓸어주고 있는 그 손길에 닿는 연인의 등을 느끼며, 내 등을 쓸어주며 내 기분을 편안히 가라앉히는 연인의 그 손길을 느끼며,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돼버렸던 내 방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나를 감싸는 내 밖의 연인을 향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나를 벗어나, 나를 사랑하기에 나의 곁에 있는 나의 연인의 존재를 너무나 확연히 느끼고 있을 동안에는 그 어떤 서운함도 살며시 녹아버리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해와 사랑과 고양감마저 찾아온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위로해왔다.


그런데 지금 연인께선 멀리 떨어져 계시고 당분간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으며, 꽤나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상황 속에 놓여 계신 것 같다. 그래서 대화는 어긋나고 퉁명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직접 만나 서로를 위로해 주며 서로의 감정을 씻어 내릴 기회마저 가질 수도 없다. 그래서 난처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는 계기가 단순히 몸을 맞대며 안아주고 등을 쓸어주는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그런 행위들을 통해 절절히 느껴지는 나를 향한 상대의 존재라면,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서로에게 그런 계기들을 충분히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비록 조금씩 자기에게만 빠져있는 순간들이 있다 해도, 그래도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결국에는 향해갈 테니까. 우리에게 그 정도의 믿음은 있으니까. 내 삶 곳곳을 차지한 너의 존재를 나는 결코 영구적으로는 외면할 수 없으니까, 네가 나와 언제까지고 함께 해준다면 말이다.


그러니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부디 너를 향해 있는 나의 존재를 느끼시며 믿으시며, 그렇게 씻어지고 새로워지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어려움을 헤쳐나가시고 위로를 얻으실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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