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家長)의 애상 "운중로 벚꽃 길!"

애상(哀傷). 운중로 벚꽃 길!

4월 벚꽃 길을 걷다 찾아온
마흔 가장(家長)의 슬프고, 아픈 마음



오후 4시!

머리가 아프다. 지난 몇 달간 잘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벽에 부딪혔다. 컨설팅 목적 달성을 위한 현재의 서비스 문제점과 그 문제가 되는 현상은 찾았지만,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도통 잡히지 않았다. 팀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 두 시간을 넘겼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문제일까?’

‘아니면 원인을 탐색해가는 프레임이 문제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문제점을 찾던 과정에서 놓친 것은 없을까?’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사고를 확장해 갈수록 머릿속은 더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기분은 어두운 터널 속에 더욱 깊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다시 문제의 현장과 점검 내용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하나, 둘, 셋...’


이런 머릿속 기억들이 조작이 나 버렸다. 연결, 연결, 연결해 보지만 특정 시점이 통으로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제길’


더 이상 기억을 되뇌어 보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이미 노후된 기계가 무리하게 돌아가다가 과부하로 멈춰버린 것 같았다.


‘제길’


괜스레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길’


도대체 ‘제길’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평상시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생각하시도 않는 단어인데 계속 떠오르는 그 단어가 나를 짜증 나게 했다. 팀원들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이기에 이 구렁텅이 같은 상황에 함께 빠져 있어야 하는가?’


팀원들에게 잠시 회의를 중단하자고 했다.


‘어쨌든 답을 찾아야 한다.’


‘답을 찾아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올 테니까!’


나의 이런 생각은 팀원들에게 과제를 던져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했다. 팀원들에게 각자 그동안 해왔던 활동과 점검/진단 내용들을 처음부터 확인해보고, 우리가 도출한 문제점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오자고 했다.


나는 회의실을 나와서 내 자리로 가려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움직였다. 7층, 6층, 5층, 4층, 3층, 2층, 1층. 아무도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 이런 일은 밤늦게까지 일 할 때나 가끔 있는 아주 드문 일인데 말이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건물을 나오고, 여의공원로를 걸었다. 여의도 파출소에서 건널목을 하나 건너고, 성수대교 쪽으로 발걸음이 옮겨갔다. 꽃내음이 코로 밀려 들어왔다. 벚꽃 내음이었다.



‘4월 초의 벚꽃?’


이상기온이라 하던데 여의도에 어느 사이 벚꽃이 만연해 있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대구에서 눈이 내렸다는 뉴스를 봤는데, 벚꽃이라니 놀라움이 컸다.


‘봄이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서너 사람이 아니라 걸어갈 때마다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인파!’

‘난 왜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

‘눈은 있으나, 있는 것만 못하네.’


생각할수록 나 자신이 참 한심스러웠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어느 사이 나는 국회의사당의 운중로를 걷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길.


사람들이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걷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 손에 든 음식을 먹는 사람, 유모차를 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가 영어를 구사하는 가족이 옆을 지나갔다.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밀고 가면서 대화하는 젊은 부부는 30대 초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은 행복했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나도 행복했다. 그런데 그 젊은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나를 슬프게 했다.



“It's so beautiful here”

“It's even more beautiful with my family”

“I'm so happy to be with my family”

“I'm so glad that l left my work behind and came here”

“I love you!”




가족이란.PNG 가족이란 그런것! 글 청명(Jin Hyeon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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