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슬프고, 아픈 ‘마흔’그래도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슬프고, 아픈 ‘마흔’그래도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마흔’의 아들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프다.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부척 기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봐야 하고,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니까!


‘마흔’의 가장(家長)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프다.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고,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자신을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나이니까!


‘마흔’의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프다.

열과 성을 다해 달려온 길에서 의도치 않게 끝나 버릴 수도 있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길!

그렇다고 뭔가 또 다른 길을 찾고, 새로운 길을 걸어갈 용기를 가지기에 힘든 나이니까!


‘마흔’의 자아(自我)를 보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아프다.

‘나의 꿈!’

‘나의 길!’

‘나의 삶!’

‘나의 모습!’


마음과 달리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을 봐야 하는 나이니까!

이렇게 슬픈 것이 많고, 아픈 것이 많은 마흔!


슬픈 것도, 아픈 것도 많은 40대의 여느 해와 다를 것 없는 마흔넷의 1년! 어느 해 보다 무더웠던 더위와 매서웠던 추위와 힘겹게 싸우다 보니 어느 사이 마흔다섯의 1년이 바로 코앞에 와 있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올해도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져 온다. 덥다, 춥다, 탁하다 등 기상청의 나쁜 예보를 접할 때마다 가슴 한 편이 늘 불편했었는데 아마도 이 때문이었나 보다. 아버지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린 아들이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뭐해?”

“할아버지 보고 싶어”

“할아버지 사랑해요”


언제 이렇게 자랐지? 나의 마흔넷의 여름이 되기 전만 하더라도 할아버지와 전화하는 것도 많이 부끄러워하고, 할아버지한테 이렇게 말씀드려봐, 저렇게 말씀드려봐 해야 겨우 입을 떼든 녀석이었는데, 이젠 혼자 곧 잘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눈다.


그랬다. 아들은 내 나이 마흔넷의 한 여름에 접어들었을 때, 길을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글자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빠 저기, “사”, “랑”, “치”, “과”

아빠 저기, “짬”, “뽕”

아빠 저기, “약”, “국”

지하철에서는 아빠, “국”, “회”, “의”, “사”, “당”


그리고 방학을 맞이하여 다니던 유치원에서 1등을 했다고 유치원에서 “문화상품권”을 받아왔다. 그리곤 얼마나 신나서 나에게 자랑을 하던지 모른다.


“아빠”

“1등 했어”


덩치만 자란 줄 알았더니 어느 사이 자라난 덩치만큼이나 생각과 사고가 자라나 있었다. 그런 어린 아들의 모습은 늘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아내가 웃으며 아들의 말을 이어서 나를 보면서 이야기했었다.

“유치원에서 문화상품권을 받아왔어!, 친구들 다 받은 줄 알았는데, 담임 선생님한테 카톡이 왔네. 아들이 1등을 해서 상품으로 문화상품권을 줬다고,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 나를 닮아서 그런가?”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나도 같이 웃었다. 어린 아들이 나와 아내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나와 아내의 손도 앞뒤로 흔들렸다. 아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와 아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아들의 작은 입이 벌어졌다. 아들의 입으로 나온 말에 아내와 나는 서로 두 눈을 쳐다보고 웃었다.


“엄마!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아내의 두 눈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보! 나도 사랑해!’


슬프고, 아픈 ‘마흔’ 인생 골목길을 걷고 있는 나!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매일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슬프고, 아픈 ‘마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어 저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 청명. Jin Hyeon J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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