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규 Feb 03. 2024

박카스

2023년 여름. 더워도 너무 더웠던 여름이었다.

에어컨을 틀어도 실내 공기가 쉽사리 내려가지 않던 날들이 이어졌다. 아주 잠깐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을 뿐인데 등 전체가 타 들어갈 것만 같은 날씨였다. 아주 잠깐 밖에 나가도 등이 타들어 가고 숨이 턱턱 막히는데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잠깐 편의점을 나갔다. 우리 편의점이 있는 1층 로비가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했다. 로비 천장에 달려 있는 에어컨은 열심히 본인의 임무를 다하고 있는 거 같지만, 3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막기는 역부족인가 보다. 날씨가 이렇게 더워도 각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가던 도중 내 눈에 띈 모습이 하나 있었다. 



건물 청소를 하시는 이모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로비 유리창을 닦고 계셨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 속에도 그들은 그들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계셨다. 나는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냉장고에서 박카스 한 박스를 꺼내왔다. 그리고는 이모님들께 박카스를 건넸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동료와 같은 마음으로 그들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얼마 뒤, 같은 건물 1층에 계신 인쇄업체 사장님이 오셨다. 사장님도 박카스 한 박스를 찾았다. 

"밖에 일하시는 분들 더우니까 하나 주고 가려고"



인쇄업체 사장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몇 시간 뒤 이모님 세 분과 미화 반장님 한 분이 

편의점에 들어오셨다. 날이 너무 더운데 시원하게 잘 마셨다는 인사와 함께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서 드시고 가셨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좁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그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는 게 뭐 별거 있을까?'

'돈 돈 거린다고 돈이 입맛대로 벌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었을까...'



주변을 둘러볼 여유와 함께

감사하면 감사함을

미안하면 미안함을 표현하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지...



주어진 자리에서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그들을 보며

세상 사는 것을 배운다.






이전 13화 어디서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는 비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