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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Sep 12. 2023

의식적 '다시 생각하기' 연습

그렇지 않으면 믿었던 것의 배신이 시작된다

학습에는 여러 이유나 방식이 있을 텐데, 대부분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알기 위해서 배운다. HR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관련된 용어를 배우고 습득하고 배운 용어를 써가며 적절한 상황에 때에 맞는 용어를 구사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조직의 언어는 누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상하리 만치 영업도, 재무도, 회계도, 구매도 공통적으로 쓰는 용어의 진짜 의미와 차이를 구분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많이 헤매고 있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어도 아는 것을 제대로 알고, 애매한 것은 다시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다 불현듯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17년, 대학원 입학 면접을 보았다. 왜, 대학원을 지원하느냐의 질문에 당시 교육업무를 메인으로 하던 나는 이론과 실제 사이에 상당한 Gap을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그 의문을 대학원이란 곳을 통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혹시나 제출했던 연구계획서를 찾았다. 다행히 가지고 있었고, 16년 말에 썼으니 7년 정도 되었다. 연구계획서의 첫 문장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때, 알고 있었구나.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이고, 어떤 용어에 대해 내가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모르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당연하게 쓰는 용어도 설명 못하면 그건 모르는 것이니 제대로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그것이 내 지식이 될 수 있도록 학습했어야 했다. 외워서 말하는 것은 그때에만 도움 될 뿐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조직의 언어를 배우는 방식이 대부분 이런식이다. 언어의 뜻의 이해나 경중 없이 잘만 쓰면 문제가 없더라. 어느 누구도 '목적이, 목표가 뭐라고 생각해?'란 추상적 명사에 대한 생각을 의논하지 않는다. 대부분, 목적이라고 하기엔 수준이 낮네, 좀 부족하니 더 과하게 써라, 좀 더 거시적으로 생각해라이다. 그래도, 한자어를 써가며 목적이 무슨 뜻이고 목표가 무엇이고, 기대효과에서 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상사도 있었다. 그런데... 목적과 목표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효율과 효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더 나아가 그 상사의 목표 수립에 이 단어가 어떤 원리로 적용되는지에 맞춰 다시 설명하진 않았다. '목표가 SMART 해야지, SMART가 무슨 뜻이냐면..'이었다. 단어를 외워 설명해도 의미가 없다. 해당 용어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방식, 왜 사업에 그 용어가 사용되고 어떤 중요한 의미와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꿰뚫어 보려는 태도가 쉬운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안다고 믿었던 것으부터의 배신 당하지 않으려면 정말 내가 아는 것이 맞는지 묻고 따져야 한다. 아직늦지 않았다. 회사 생활 10년 넘게 문지방만 밟은 건 아니니, 다시 하면 된다. 다시, 생각하는 것이 어렵고 나도 모르는 사이 또 지나쳐버리기 쉽상이지만 한.번.에 만족하는 것은 없고 다시 생각하기를 모든 것을 대상으로 둘 필요도 없다. 믿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 보고 희미하거나 어두우면 그것부터 분명하게 만들면 된다. 적어도 동료가 '목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질문을 나에게 던졌을 때 현타가 오거나 답을 못하는 망신 정도는 피해야지. 내 짬바에는 이런게 배신이다. 목표를 세우기만 하면 뭐할까. 세울 때마다 다시 배워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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