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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pr 24. 2024

[사업과 채용] MZ가 뽑으면, 잘 뽑을 수 있나요?

https://zdnet.co.kr/view/?no=20240423094805


해당 기사를 읽고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그럼, 이제까지는 면접관이 잘 못 뽑아서 좋은 사람을 뽑지 못한 것일까요? 그분들이 뽑은 저는, 잘 못 뽑은 or 잘 뽑은 직원 중 누구일까요? ^^;; 


기사에서 MZ세대 면접관의 긍정적인 면으로 첫째 팀장, 팀원의 고른 시각에서 직원 채용 둘째, 직원간 유대감, 조직력 강화로 나옵니다. 그동안 팀장의 시각에서만 직원을 채용 했을까요? MZ세대가 면접관이 되면 유대감이나 조직력이 강화될까요? (물론 설문의 대답이 객관식이라;; 보기에서 고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기사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싶은 이유로 1) 실질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은 본인이기 때문에(61.3%) 2) 면접관을 경험해보고 싶어서(22%) 3) 현재 회사가 불공정 채용을 하고 있어서(8.3%) 4) 상급자의 안목을 믿을 수 없어서(7.7%)로 나옵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채용엔 왕도가 없다'란 말을 자주 합니다. 그만큼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죠. 제가 아는 팀장은, 면접 후 수시로 하는 말이 '관상이 안 좋다', '성격이 밝(아보인)다' 얘기를 합니다. 4)의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1) 실제로 함께 일하는 사람은 MZ만 일까요? 옆부서 동료, 팀장, 부문장, 대표는 같이 일하는 사람 아닌가요? 그동안 면접관은 도대체 어떤 사람을 뽑았을까요? 2) 면접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면접관 교육으로 있지 않을까요? 3) 불공정한 채용은, 면접관을 바꾸면 해결 될까요? 면접관은 면접을 볼 뿐이지 채용에 대한 최종결정권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MZ세대는 어떤 Bias도 없다고 자신할 있나요? 


물론,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은 중요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입사한 지 1개월 지난 직원들을 면담했었습니다. 입사를 결정한 계기를 물었는데 의외로 면접관인 OO부서 팀장의 질의와 이미지, 태도 등에서 배려를 느끼고 좋은 인상을 받아 다른 회사와 비교하던 중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네요. 면접관의 질의나 면접에 임하는 태도(시간 약속, 복장, 이력서나 경력을 미리 읽고 오는 것 등)가 실제 구직자 분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면접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방법들을 안내하거나 교육하기도 하죠. 채용이 안되더라도 구직자분들은 잠시나마 우리 회사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MZ세대 면접관'이란 단어는, 사람을 잘 뽑는데 있어 '면접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잘 뽑는 면접관이 있을까요? 대표도 사람 뽑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임원 중 몇달 만에 조용히 퇴사하는 거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종 인사권자는 대표이니, 대표의 권한이 사람을 뽑는데 있어 막강하죠. 그럼 이제까지 잘 못 뽑은 것은 면접관일까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일까요? 



기존의 채용 방식이나 행태가 '채용'에 대한 좋은 인식을 주지 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새로운 분과 일하다 보면 제대로 검증을 받은 것인지, 확인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적응기간이 지나면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죠(그래서 내가 뽑으면 더 잘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미스매치가 생길까요?


(제 경험을 통한)채용의 프로세스는, 1) 공고를 올리기 위해 현업에 요청한 직무와 자격 요건을 받아 공고를 올립니다. 2) 들어오는 이력서를 스크리닝하고 그중 직무와 자격 요건에 가까운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응하면 3) 현업과 면접을 보기 위해 일정을 짜고 4) 면접 본 후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의견을 내거나 모읍니다. 충원이면 업무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 빨리 뽑아 인수인계를 전임자에게 받길 원합니다. 기존 직원이 채용하는 사람의 일을 같이 하느라 과부하되지 않도록 그 일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 앉히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증원이라면, 그 사람이 가진 배경(전 경력, 우리회사보다 큰 기업 등)을 위주로 이력서를 스크리닝 합니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이력서를 현업에 넘겨주는 것이죠. 공고 상 직무 요건이나 자격보다는 복리후생 등이 더 잘 보이도록 수정하거나 있어보이게 만드는 것도 종종 합니다. 많은 이력서가 인입되는 것도 하나의 실적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현업에서는, 면접을 통해 채용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언제까지 몇십명을 면접볼 수 없기 때문에 그중 괜찮은 스펙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을 위주로 면접을 보려고 합니다. 경험해 본 일의 수준(회사의 크기)를 통해 앞으로 할 일의 역량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부풀렸는지 모를 결과물에 더 현혹되기도 하죠. 


그런데 HR이나 현업이나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채용할 직무의 책임에 맞추어  핵심업무와 고정업무는 무엇이고, 실제로 고객의 변화나 고객 확보에 따라 진행된 일이 가져온 유의미한 성과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의 사업에 어떤 영향력을 줄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OO출신, OO대학이면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채용에서의 문제는, 일이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필요한 직무가 사업에 어떤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책임과 역할을 통해 핵심업무와 고정업무가 무엇이며 그 업무를 수행 할 수 있는 요건은 어느 정도인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마치 인사 담당자를 뽑으면 아래 공고처럼 '할 수 있는, 혹은 지금은 아니지만 해야 하는 모든 일'을 적어 놓기에 바쁩니다. 


OO기업의 인사 시니어 채용 공고


저는 면접관이 누가 되든 상관 없습니다. MZ도 할 수 있죠. 

그런데 문제는, 누가 뽑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결국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 어떤 사람을 정하는 기준이 당연히 사람의 인간성, 성격, 관상, 말빨이 아닌 일을 기준으로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고요.


어느 회사도 JD(직무기술서)를 현재 회사의 사업 상황, 사업 목표와 회사 비전을 토대로 같이 보거나 과거에서 현재까지 해당 직무가 수행한 업무, 달성 결과물의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정리해서 업데이트 하며 작성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채용 공고상 직무 요건은 현업이 주면 그것을 옮기거나 전임자가 적었거나 이전의 적은 내용을 조금 수정해 올릴 뿐이죠. 그렇게 올린 직무 요건만으로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요? 사진처럼 주요업무가 너무 넓어 그 일을 다 경험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중 몇개는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나요? 당장 충원이나 증원을 해야 하니까요. 제가 다녔던 회사도 그랬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그랬죠. 30년 업력의 기업으로 사업의 성장이 쇠퇴기로 가고 있음에도 공고상 채용할 직무의 요건은 늘 같았습니다. 영업이건, 마케팅이건, 재무건, 인사건 간에요. 


채용의 시작은 우리가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가 어떤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있고, 핵심업무, 고정업무는 무엇이며, 그로 인한 목표와 결과물은 무엇인지, 이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경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의와 기술이 먼저 입니다. 정의를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듯이 회사에 적합한 올바른 채용 방법을 검증하거나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OO 경력과 경험을 가진  어떤 사람을 뽑았는데, ****업무 수행이 고객의 변화에 맞추어 가지 못한다면 좀더 적합한 요건을 갖추도록 수정해 놓는 거죠. 그리고 사업의 목표(고객)가 바뀌면 직무의 정의와 업무도 바뀌어야 하는데 면접관만 바꾸어서는 우리의 일에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없습니다. 그 면접관이 사업을 잘 모르면 결국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게 됩니다. 채용은 결정하는 순간부터 모든 비용이 발생됩니다. 그러니 직무의 정의나 기술이 얼마나 구체화되어 있는지에 따라 비용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일을 기준으로 적합한 사람을 뽑는데 '일'에 중점을 두고 면접관이 누구든, 일에 적합한 사람을 검증/확인하기 위한 질문 스킬 등의 방법론적인 교육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회사의 일, 즉 직무는 결국 사업에서 우리가 목표한 고객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 중요한 일을 제대로 정의하거나 정리하지 않고 사람부터 뽑으면 그 일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면접관 얘기로 돌아와서 MZ세대들도 언젠간 중간관리자가 될 것입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해당 직무가 우리 사업에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적합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력과 경험이 무엇이며, 앞으로의 회사 비전을 토대로 경력 외 필요한 일하는 태도나 방식 등을 물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전의 선배들이 범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도 하며, 채용에 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채용에 면접관이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은 갖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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