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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ug 11. 2024

[사업과 채용] HR담당자가 생각하는 면접다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과거 HR담당자로서 면접은, 지원자-면접관이 문제없이 만나고(노쇼를 막기 위한 노력), 그 결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며 그 다음을 또 진행해야 하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했다. 그러다 거의 10년 만에 지원자가 되어 면접을 겪고 보니 면접이 이전 단계(서류 전형)를 확인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채용)를 결정하기 위해 어떤 만남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 내가 진행했던 면접은 회사(면접관)과 HR담당자로서의 일방적인 입장만 있었다. 그래서 면접이 '회사(면접관)은 질문하고 지원자는 답하며 평가는 회사가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면접 전-후에 진행되는 모든 안내가 회사 위주였다.

면접 날짜, 시간, 복장도 필요한 만큼 안내한다(상대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되도록 설명하지 않았는데, 예로 편한 복장이라 할뿐 '편한'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면접 결과 안내도 이유없이 미룬 적(스페어나, 고심한 척)도, 떨어졌지만 맘에 드는 지원자가 우리회사를 거절해 결과를 번복한 적도 있었다. 면접 탈락의 안내 메일, 메시지, 전화는 받는 사람의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혹 탈락의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오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거나, 회사기밀이라 말했고, 또한 자세히 설명해 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러 무응대로 일관하는 회사도 있더라.

특히 가장 중요한 면접 중에는, 면접 내내 (내가 본) 회사(면접관)은 준비한 질문을 쏟아냈다. 상대의 답변, 에너지와는 상관없이 해야 할 질문을 한다. 누구여도 직무만 다를 뿐, 질문의 내용이나 구조는 비슷했다. 오히려 짜여진 질문을 다 물어 평가를 매겨야 해서 지원자의 답의 내용에 더 깊은 사려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답을 통해 나름 체계적인 회사에서 계획성 있게 일을 했다, 혹은 우리와 비슷한 구조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회사에서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하다 아니다만 따진 것인지도. 오히려 경험한 일이 우리회사에서 적용하면 내용과 과정, 절차가 모두 다르다면, 이 상황에서 우려되는 문제나 장점은 무엇일지 실제로 그 일의 목적에 맞게 기획할 수 있는 사고를 엿보는 질문도 할 수 있으련만 우리의 면접관 역시 확인해야 할 것을 질문할 뿐 그 이상은 접근하지 못한다. 그래서 넘쳐나는 예상 면접 질문과 올바른 예시 답의 정보로 창만큼이나 방패도 견고해진다.

이런 면접에 익숙해진 시간 만큼 아무리 면접관 교육을 해 봐야 나아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면접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굳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면접, Interview는 단어 그대로 상호간(inter) 살펴보다(view)이다.

살펴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다’란 뜻이다. 1차로 서류를 통해 서로의 조건(회사가 해야 하는 일,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맞음을 확인 했으면, 다음은 '직접 만난'다. 그럼 직접 만나 무엇을 확인 할까?

면접은, 소개팅과 같다. 상대 프로필이나 주선자에게 듣는 것으로 조건이 어느 정도 맞으면 직접 만나서 이 사람과 연애 혹은 그 이상을 꿈꿔 볼지 서로 나누는 (언어, 비언어적)대화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만약 대화가 재미 없거나 핀트가 어긋나면 집에 가고 싶 듯, 면접도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 대화를 통해 더 만나 볼지, 아닐지 판단하게 된다. 지원자가 먼저 회사의 문을 두드렸으니 회사가 채용의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면접은 면접관과 지원자가 직접 '만나서', '서로 살펴보기 위해' 구체적으로, 서로의 궁금함을 묻고 한 회사에서 함께 일 할만한 서로의 매력을 찾으며, 같이 일하고 싶은지를 판단하기 위해 서로 자세히 보고 질문을 주고 받는 '대화'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면접을 요구하고 그에 응했다는 것은, 일단 얘기를 해보겠단 뜻이고 그 얘기를 하고 나눌 수 있어야 그 다음이 존재한다. 대부분 ‘면접’으로 채용이 결정되고, 직무/직급/직책과 상관없이 면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채용에 대한 여러 글, 아티클을 읽지만 채용은 정말이지 정말, 답이 없다. 일정 기준이 있겠으나 서류부터(경력 외 자소서 등의 내용은) 담당자 개인의 평가나 경험으로 판단하고 면접관 역시 지원자가 말하는 경험을 놓고 판단한다. 그 말로 진위를 가릴 수 있을까? 그 진위는 어떤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 걸까? 면접관이 아무리 객관적인 평가 교육이나 기술을 배운다 한 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영역도 아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기준에 맞추어 무 자르듯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엄청 어렵고 불가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질문지를 두고 척도로 평가를 해봐야 진짜 일할 때 대화가 안 통하면 그것이 오히려 더 답답하지 않을까? 분명 질문에 답할 때는 문제 해결 과정을 좔좔~ 얘기했는데, 막상 실제 일하니 그 절차대로 하려하며 '여긴 왜 이러냐'란 말을 하거나, 추가로 묻고 말하고, 확인하고, 찾고, 사소한 보고도 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그땐 어떡하나? 그때서야 누가 되었든, '말이 안 통한다', '면접 때는 안그랬는데 너무 일방적이다', '지시가 모호하다', '자기 생각이 없다' 는 피드백을 듣게 된다면, HR 담당자로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면접이 채용에 있어 중요한 과정이라면, 면접관과 지원자가 같이 일할 수 있는지 충분한 판단이 되도록 서로를 살피는 시간과 대화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면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면접의 문답식 시험이 아닌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서로 질문이 오가고 다시 그 질문에 꼬리를 물어 다시 질문하고 답하고 묻는 자연스런 대화 말이다. 그래서 우리(면접관-지원자)가 동료가 되었을 때, 대화가 통하고 대화가 하고 싶고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은지 판단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면접관과 지원자가 자연스레 묻고 답을 통해 또 묻는 대화가 오고가는 면접을 만들기 위해 HR담당자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 HR 담당자보다 상사인 '면접관'을 통해 면접이 진행되고, 채용이 결정 됨으로 면접이 대화다운 대화로 흐를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면접관과 지원자가 서로 일할 때 대화가 안 통한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란 말로 조직의 일이 되지 않는 것보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접'에 대한 기존 생각을 바꾸고 과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대표면접까지 진행되어 채용된 ○○직무 담당자에게 3개월도 안되어 권고사직을 권했었다. 분명 모두(대표까지) 사람 좋다고 평가를 했는데 실제 일을 해보니 '사람만 좋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의사소통'이고 대부분 조직이 자신들의 가장 큰 문제를  '의사소통'을 우선에 두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HR담당자로서 우선 면접관에게 면접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 생각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나도 그랬듯, 기존에 굳어진 면접의 생각은 쉽게 바꾸어 지지 않는다. 회사가 채용의 키를 가진 갑이 아니며 서로 살피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면접을 운영해야 하는 것, 면접관이 상사로서 지원자와 '내일 같이 일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직원에게 하듯, OO일을 지시하며 하는 설명이나 안내, 일의 진행과 기한을 묻고 확인하도록 말이다. 우리 회사의 일의 문제나 상황을 과하게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고 실제 이런 상황에서도 지원자가 생각하는 태도, 방식을 실행하고 이전 회사에서 보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상사인 내가 무엇을 지원해줘야 하는지 확인하는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며 서로 협업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회사의 문제를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억지로 맞추기 보단 빨리 헤어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대화의 과정에서 지원자의 질문에 대해 면접관이 당황하지 않고 질문을 받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더구나 질문을 주로 하는 사람이 질문을 받을 때 질문에 따라 당황하기도 말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상대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훈련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화의 과정을 통해 HR은, 회사의 면접관(상사)들이 지원자에게 일을 지시하는 과정에서의 설명 부족이 면접 과정에 지속해서 나타나면 지원자가 아니라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면접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개선 기회를 만들어 적합한 후보자들이 우리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또한 대화를 통해 면접관이 갖는 모순적인 태도를 확인해 개선의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면접 중, 면접관이 (팀장이 있음에도) 줄여야 하는 걸 알면서도 팀원에게 직접 집요하게 피드백한다고 했다. 그럼 지원자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팀장의 피드백도 그 차상위자의 피드백도 같이 반영해야 하는데 일하면서 이미 숨이 턱턱 막히지 않을까?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다면 조직 차원에서 리더의 단점을 개선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사가 일을 지시하면 그냥 받아서 하는 사람은 (과거에 비해)드물다. 요즘은 ‘이걸요? 제가요? 왜요?의 3요’ 질문이라도 던진단다. 그렇다면 면접관이 면접 중, 사례로 제시한 일을 행할 때 지원자는 이전 조직에서 상사에게 어떤 질문이나 의문, 문의, 정보를 확인했는지를 확인하거나 의도하며 물어보도록 안내한다. 질문을 통해 일에 대한 접근방식을 확인하고 어떤 대화,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나 무엇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방향과 방법이 신뢰가 가고 지향해야 하는 올바른 방법이라면,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고 실제 일할 때 역시 같은 생각으로 지원자를 대하지 않을까?



채용에서 면접은, 하나의 과정이지만 그 과정이 갖는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적은 위의 내용 외에도 조직에 끼치는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면접이 이전과 같이 문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살피기 위한 대화가 오가는 면접'이 된다면, 조직 내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한 조직의 방법론도, 지원자가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마음에 들어할 가능성도, 면접관인 상사가 일을 지시하는 평소의 태도나 역량도, 조직 내 더 풍성한 대화가 오고가도록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고 나누는 대화가 익숙해지면 상사인 면접관이 생각하는 팀 운영의 원칙이나 철학을 우선 설명하고 OO업무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게 판단하는지 등 대화의 내용과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대화를 보다 진지하고 격의 없이 나눈다면 회사나 지원자 입장에서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서로간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해당 질문을 통해 진짜 같이 일하고 싶다거나, 이 부분이 일할 때 우리와 맞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명확해질 수 밖에 없다. 적어도 무엇이 맘에 안 드는지 구체적인 이유라도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뜨뜻미지근한 태도보다 아니면 빨리 헤어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참고]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기업 인재 선발 도구와 성과와의 상관도 연구>에서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4,040명의 입사 스펙과 직무성과를 분석했고, 상관관계를 높음(1), 없음(0), 반비례(-1)로 측정했을 때 학벌은 0.01, 영어성적은 -0.01, 자격증 수는 0.03의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인성검사, 적성검사, 면접점수가 각각 -0.07, -0.1, -0.04의 상관을 보이기도 했어요. [중략] 우리 기업들은 현재 상당히 정확하지 않은 채용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해오고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contents.h.place/acca/labnote/2/accu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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