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사람(리더)이 기준이 되면, 그 사람(리더)에 맞추어 기업의 모든 일이 결정된다.
일에서의 기준이 사람(리더)이었던, 이전의 회사는 매년 목표가 '000원 매출'이었다.
매년 매출이 기업의 추상적인 목표가 아닌, 조직목표-부서목표-개인목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전 회사의 매출은 매년 떨어지고, 적자인 상황에서 매출 목표는 매년 전년보다 높았다. 경영진의 Top-Down으로 부서-개인에 할당되는 방식이기에 목표에 불만이 많았음에도 당연하듯 모든 부서와 개인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매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제시한 것은, 나의 일의 기준이었던 나의 상사(대표)였다.
대표와 임원진은 사업계획 때, 매년 떨어지는 매출을 알지만 달성 가능한 매출은, 회사 이익이 적자가 된다. 그래서 단 1원이라도 남기는 이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셨다. 불가능한 매출 목표더라도 올해는 이렇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중요해 보였다. 그러나 매년 연말, 적자는 당연했고 그래서 늘 매출을 올리는 계획에 조직의 자원이 집중되고 우선시 되었다.
그래서 조직의 일이 그 사람(리더)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목표(매출) 달성에 맞추어 작동되었다.
조직을 거쳐간 많은 리더들로 회사는 이미 매출이란 목표를 위해 조직의 모든 일이 돌아가고 있었다.
리더마다 방법은 조금 달라도, 목표(매출)는 같았다. 그리고 어떤 리더분은, 직접적으로 매출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면 과감히 없애라고도 하셨다. 결국 조직 구조상 리더가 최종 의사결정자이고 결정으로 승인된 일만 할 수 밖에 없다.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도 리더의 목표대로 일이 되도록 열심히 일했다.
내가 일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은, 영업에서 가맹점의 신규 출점이나 기존 매장을 리뉴얼 하는 가맹점주 유치에 열을 올린다. 점포가 (최종)고객과의 접점이 아니라 점포 = 매출이다. 마케팅은 신제품 출시 때, 새로운 프로모션으로 판매를 높인다. 많이 팔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하는데 MMORPG 게임, 이번에는 짱구 캐릭터, 또 이번엔 쥬라기 월드로 분기마다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프로모션 = 매출이다. 내가 속했던 HR도, 신규 출점 교육 시 가맹점주의 불성실, 점포 운영의 의지나 열정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테스트를 통과해 출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테스트 통과가 곧 매출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모든 부서가 매출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이 팔거나 팔릴 방법을 고민하고, 그 방법에 맞추어 일이 돌아가고, 점점 조직의 일이 많이 팔기 위한 시스템으로 굳어져 갔다.
그렇게 해도 매출은 달성되지 않았는데 나의 상사는 왜, 매년 매출을 목표로 제시했을까?
나의 상사(대표)는 대부분 지금의 나보다 최소 20년 먼저 태어나신 분들이었다. 리더들이 관리자가 막 되던 때(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와 내가 지금 막 관리자가 되려하는 때(2024년)는 분명히 다른 시대이다. 그때는 모바일이 없었고, 지금은 모바일이 디폴트며 AI가 대세이다. 그래서 리더의 리더십이 부족해서, 자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분들은 그 시대에 그렇게 배웠고 또 효과를 보았다. 만들면 팔렸던 때라, 매출이 목표가 될 수 있던 때였다. 그래서 고객이 중요한건 알아도 매출과 숫자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였다. 일에서의 '고객'은 별개였다.
목표(매출)가 달성될 수 없었던 이유는, 기업과 고객의 거래를 통해 기업이 얻는 가치는 명확하게 부서마다 일로 돌아가고 있으나 고객이 얻을 가치는 보이지도 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여전히 고객은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주는 사람이다. 모든 부서가 고객이란 말을 달고 살지만, 누가 고객인지 서로의 생각을 맞춰 본 적도 조직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누군가에는 최종 소비자가 누구는 가맹점주가 고객이 된다.그래서 매출을 목표로 한 것은 같았고 매년 그 방법을 달리했음에도 달성이 안된 건, 애초에 방법이 아니라 목표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매출은 고객과의 거래로부터 나온다. 고객과의 거래가 '성사'되어야 기업의 매출이 되며, 기업의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고객이 되고 그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일이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일로 작동되어야 이전 회사의 매출이란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매출을 통한 성장은,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의 정의를 시작으로 그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거나 가치를 개선, 발전시키는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고객에 의해서만 기업의 매출이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여러번 구매해 줄 고객을 찾고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서 아무리 팔려고 노력해도 누가 살지, 사줄지 모르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의 성장을 원한다면 조직의 올바른 일의 기준은, 고객을 위한 일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경험과 능력에 의존해 기업에게 필요한 일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목표한 고객과의 거래가 성사되고 그 거래를 유지, 지속되기 위해 고객에게 유리한 일을 정해야 한다. 고객과의 거래를 위해 기업이 생각하는 시장 속 목표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의 정의로부터 기업의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결정된다.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제공하고, 거래를 유치-유지-존속하기 위한 조직의 시스템, 시스템 내 각 직무들,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의 요건, 자격도 결정된다. 그래서 고객을 위한 일로 고객으로부터 계속해서 선택받기 위한 일들이 조직 내 꾸려져야 하고 일의 기준이 사람(리더)이 아닌 고객이 되어야 그 선택이 지속해서 가능해진다.
시장과 고객을 위한 일의 기준은 어느 기업에 적용해도 통하는 기준이고, 누구나(사업에 참여하는 임직원 모두) 예외 없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또한 그 기준이 나의 직무상 책임과 연결되고 그 일을 함으로써 사업에 어떤 변화가 생기거나 변화의 이유를 그 기준을 통해 계속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일하는 구성원들은 일을 하며 고객을 생각하게 되고, 동일하게 '시장과 고객을 위한 일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서 자연스레 사업을 보는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