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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Aug 31. 2022

부치지 못하는 편지 1

22년 8월 31일

연우야 잘 지내니?

네가 너무 그립고  너 없는 하루하루가 외로워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한마디라도 꺼내면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엄마는 누구에게도 이런 맘을 쉽게 꺼낼 수가 없네.

그래서 이렇게 혼잣말처럼 너에게 편지를 써봐.


엄마는 네가 너무 그립단다.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네가 

더이상 아프고 괴롭지 않아도 돼서 기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네가 내 옆에 없다는 것이 

너무 괴롭고 아파. 

책상 위에도, 주방에도, 현관에도.

우리 예쁜 연우 사진이 있는데

정작 집 안에 네가 없다는 게 

내 마음을 너무 헛헛하게 만드는 거 있지.


요즘 나는 잠이 안올 때면 너와 같이 걷는 상상을 해. 

네가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어서 

사실 그 모습이 잘 그려지진 않아. 

그래서 양갈래 머리를 하고 멜빵바지를 입은

작고 귀여운 소녀의 뒷모습만 떠올린단다. 

그리고 너와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를 걸어 

마트로 가는 길에

오늘은 뭐가 먹고 싶은지, 

과자는 몇 개만 살 수 있는지, 

저 나무는 왜 저렇게 생긴건지,

계속 물어보고 웃으며 답해주는 

아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곤 해. 

그러면 혹시 너와 함께 하는 꿈을 꾸진 않을까. 

눈을 감고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단다. 

아무래도 그동안 못다녀본 곳들을 다니는 건지 

너무 바빠 엄마 꿈에 찾아와주진 않지만

그래도 엄만 포기하지 않고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서도 그냥 네가 신나게 노느라 바빠서 

엄마 꿈에 못나오는 거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누워만 있고, 아프기만 해서, 

그동안 우리 연우 너무 못해본 게 많잖아. 


너와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는데.

아주 거창하진 않아도, 

손을 잡고, 마주 안아보고, 나란히 걸어보고,

같이 웃어도 보고, 눈을 맞추기도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내 아가. 

그래도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추억들도 정말 아름답다는 걸 

잊지않으려고 노력할게.

너도 기억하지? 같이 꽃구경도 하고, 여행도 갔고, 

멀리서지만 바다도 봤고, 호수도 봤고. 

아빠가 노래도 불러줬고, 엄마랑 낮잠도 잤고, 

너무 소박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엄마에겐 그 모든 시간이 너무 예쁘고 소중해.

너에게도 그렇니? 

여기서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대신

네가 아주 사랑받았고, 

너와 함께여서 우리가 참 행복했다는 것만

기억해주길 바라. 

너무 짧았지만 

그래도 너에게는 좋은 것들만 남았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한다. 우리 딸. 

매일 보고 싶고, 너무 그리워. 

이렇게 편지 자주 쓸게. 사랑해 연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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