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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Jan 05. 2022

할머니의 변심은 무죄, 아니 환영

가을이와 함께 지낸 1년 

가을이를 데리고 오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할머니의 재가. 

남편은 가을이의 부양육자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리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아지는 절대 내(할머니) 집에 들일 수 없다"는 걸 조건으로 가을이는 우리집에 왔다.

'시간이 지나면 아마 집에도 들이실껄?'이라던 남편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아들이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을이의 할머니집 출입을 따냈고,

아들의 학교수업이 오프라인 체제로 상당부분 전환되면서 산책 메이트는 아들 대신 할머니가 되었다.  



할머니의 변화


1개월차: 가을이가 아팠던 10월의 어느날 기록

가을이를 피하기 바쁘던 엄마도 애가 아프다니 우리집에 와서 걱정을 한다. 병원비 비싸지 않냐며 걱정하면서도 병원에 가보란다. 급기야 출근하는 내게 '가을이 우리집에 데려다놓던지' 라고 무심히 한 마디 던진다.

생명은 생명이다. 남들이 개 한 마리에 울고웃고 하는 걸 이해 못했던 나도, 엄마도, 막상 우리 집에 들어온 이 작은 생명이 아프니 사람 아이가 아픈 것과 다르지 않게 반응한다. 


6개월차: 미세먼지 많던 어느 봄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가을이도 산책은 안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엄마가 말한다.

"가을이는 혀도 내놓고 다니는데 더 많이 미세먼지를 먹지 않겠냐"는 것.

강아지의 물컹한 느낌이 싫다며 옆에도 오지 못하게 하던 엄마가 이러니 개리둥절. 

연약한 존재 앞에서 사람이란 이렇게 쉬이 녹는 것을!


1년차: 가을이가 두 번째 겨울을 지내던 어느날 

"산책 나가니까 패딩 입은 애들이 많더라. 뒷다리까지 다 덮는 패딩. 가을이만 너무 추워 보였어."

엄마가 패딩을 사줄 생각은 없어보였지만, 가을이가 추울까봐 걱정이 되나보다. ㅎㅎ

이제 산책은 할머니랑.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지! #패딩도 할머니가 사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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