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와 함께 4개월차
2020년 12월 중순 어느날.
첫눈을 밟게 하고 싶었다. 세상에 나온지 겨우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흰 눈 위를 킁킁대며 오가던 이 작은 생명체가 자세히 보니 벌벌 떨고 있었다.
발바닥이 엄청 차가웠겠지 싶다. 내 잠바 속에 몸을 넣고 얼굴만 내놨다. 캥거루 엄마가 된 듯.
‘개새끼’ 한 마리를 애지중지 안고 공원에 첫눈을 즐기러 나온 내 옆으로 빗자루를 든 아주머니 둘이 툴툴내며 눈을 쓸어내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스치며 귀에 들어온 이야기.
"눈이 계속 내려서 쓸어도 또 쓸어내야 해."
"그냥 두면 금세 얼어버려서 쓸지 않을 수 없어."
이들 눈에 난 어떤 인간으로 보였을까.
괜시리 ‘된장녀’라고 욕 얻어 먹는 기분이 들었다. 내 스스로.
상팔자인 개 한 마리와, 하팔자인 인간.
나는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