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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산다 Aug 21. 2022

무대공포증

엄마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아이가 큰다는 것은 ‘자아’가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아가 커간다는 것은, 세상 일 하나하나에 촉수가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뜻이기도 할 터. 


OO이가 무대 위에서 많이 떤다. 예중 입시 전 유일무이하게 나섰던 콩쿠르에서 담담하게 연주하고 나왔던 모습은 더 이상 보지 못하고 있다. 요사이 세 번의 외부 콩쿠르에 나갔다. 1학기 동안 학교에서는 향상음악회와 실기시험이 있어서, 지금까지 총 다섯 번 무대에 올랐는데 매번 “떨려서 잘 못했다”는 반응이다. 어떤 날엔 다리까지 후들거렸다고 하고, 어떤 날에 입에 침이 바짝 말라서 힘들었다고도 한다. 


선생님은 ‘떨리지 않는 약’을 권고했다.

우황청심환으로는 마뜩찮은 상황이라, 우선 의사 처방을 받아 ㅇㄷㄴ이란 약을 구비해뒀다. 때때로 애늙은이 같은 OO이는 건강염려증이 있다. 의사가 ‘약에 의존을 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만 쓰라’고 했더니 약을 처방받고도 한참이나 복용을 하지 않았다. 먹지 않고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했다. 


방학 중 캠프에 가서 매일 ‘향상음악회’를 한 아이는, 여기서 한 번도 약을 먹지 않고 무대에 섰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익숙한 선생님과 형, 누나들 앞이라고 해도 떨릴 법한데, 선생님은 OO이가 정말 잘 했다고 칭찬했다. 

‘약 없이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은 잠시. 캠프 이후 연달아 나간 세 번의 콩쿠르에서 매번 ‘긴장’이 문제가 됐다. 반주쌤은 “연습 때의 절반밖에 못 보여줬다”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나마의 위안이 되는 점은, 매번 긴장을 하면서도 무대 위의 연주력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 경험을 많이 하는 것만이 무대공포증을 극복할 방법일까? 그러자면 얼마나 많은 무대 위에 서야 무대가 편안해질까? 

정말 긴장이 문제일까,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재능이 없는 것일까? 


무대 위 거듭된 실망이 아이의 연주자로서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수직낙하 시킬까 걱정이 된다. 사실 어쩌면, 나와 남편의 조바심이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재능이 기지개를 펴는 시기는 아이마다 다를텐데, 아이를 닦달하다가 펴지지도 않은 날개를 꺾어버리지나 않을지…. 엄마인 내가 나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게 진짜 문제일지도 모른다.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가면…. 결국 ‘그 곳’에 도달한다는 확신이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겠지?

OO이가 더 좋은 소리를 위해 몸을 키우고, 더 단단한 정신을 위해 마음을 키울 방법을 연구해보자.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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