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키운 게 아니고 네가 알아서 잘 자라주었어!
우리 아가는 이제 121일 차.
100일이 되기 전부터 저녁 8~9시 사이 잠들어 아침 7시 즈음 일어나는 통잠자는 아기가 되었다.
요 며칠은 뒤집기 시작하면서부터 몸을 많이 써서인지, 한참 자라는 때인 건지 새벽 5시~5시 30분 깨기도 한다. 제발 쪽쪽이를 물고 다시 잠들기를, 토닥토닥해주면 다시 잠들기를 바라지만... 아기는 약간 출출했던 배가 채워져야 뒹굴뒹굴하다 다시 잠이 든다. 그 순간은 너무 괴롭고 졸리지만 생각해보면 갓 100일 지난 아기가 10~12시간씩 잔다니, 난 어디 가서 육아해서 힘들다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조리원 퇴소 후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 카페도 뒤적이며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우리 아기는 수시로 먹고 싶어 하고, 누워서 노는 법이 없었으며, 낮잠을 잘 자지도 않았다.
인터넷 카페를 보면 일정한 양을 먹고, 누워서 놀다가, 낮잠을 일정하게 자는 아가들도 많고, 50일부터 수면 교육해서 대성공했어요!! 하는 수많은 후기 글들이 가득하고,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다. 낮잠은 품에 안겨서만 자고, 밤잠도 계속 안아주다가 침대에 조심스레 눕혀주어야 했었다. 수면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어린 아기에게 수면교육을 해야 하는 건가 매일매일 고민스럽기만 했다.
80일이 지나면서부터 밤잠만이라도 같이 누워서 자봐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1시간 혹은 그 이상...) 누워서 노래 부르고, 책 보고, 나도 자는 척을 해 보고 여러 방법을 쓰니... 그냥 잠이 들더라.
누워서 뒹굴뒹굴, 손가락을 찹찹 빨다가 스르륵 잠드는 아기를 보고 그동안 내가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우리 아기는 안아줘야만 잔다고 단정적으로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난 뭘 한 걸까? ㅎㅎ
잠뿐만이 아니다. 분유도 200~240씩 4번 하루에 800~1000은 먹어야 한다던데, 그 양을 한참 못 따라갈 때는 인터넷 카페를 검색하고, 글도 올리고 "우리 아기가 너무 안 먹어요!!" 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분명 출산 전에 수유는 아기의 on demand로 해야지 on time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유튜브로 공부를 했건만, 막상 내 아이의 일이 되니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출산 120일이 갓 지난 왕 초보 엄마로서 내가 깨달은 것은 조바심내고 걱정하지 않아도 우리 아기는 알아서 잘 자란다는 거다. 물론 애바애!! 우리 애기보다 더 잘 자는 아기도, 안 자는 아기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어렸을 때 순했다던 나와 남편을 닮아 기질적으로 순한 아기인 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조바심을 내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아기는 잘 자라고 있다. 겁이 많아 터미타임을 한 번도 못 시켜줬는데, 110일쯤 혼자 뒤집고 고개를 번쩍 들기 시작한 딸을 보니 한 생명의 태어나서 자라는 이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몇 주전 TV에서 본 박혜란 작가님 자녀분들이 했다는 얘기가 생각이 난다.
(엄마가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진 내가 널 잘 키운 게 아니고, 네가 알아서 잘 큰 게 맞아!!
고마워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