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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 Feb 03. 2022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내 집 마련기#1

뭐라고요? 청약을 7년간 못 넣는다고요?

반전을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반전과 모든 해결을 다시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반전.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약 2년 전, 나에겐 저 책 구절의 두 가지 부류의 반전이 동시에 일어났던 적이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았지만, 모든 것을 문제로 만들어버렸던 반전.


‘축하합니다. 메리님은 000 아파트 102동 2106호에 당첨되었습니다.’


 막힌 변기처럼 뚫릴 생각을 하지 않는 답답한 아침 출근길,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느긋한 재즈를 듣고 있는데 그 흐름을 깨고 울린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느긋하게 내쉬던 호흡을 멈추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청약 당첨이라니!!! 얼마 전에 도시 재정비 사업 중인 동네의 역세권에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에 신청해뒀던 청약이 당첨되었다는 문자였다.


 그 당시 나는 얼마 전 헤어진 연인이 있었다. 무척 사랑했고, 그와 함께 안락한 보금자리를 꿈꿨지만 내가 품을 수 없는 그의 그림자 때문에 그를 떠났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타지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나는 안정감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려 공허함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당시 2020년엔 코로나19의 여파에 전 세계적 양적완화의 흐름이 더해져 부동산 시장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배우자를 기다리며 지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1-2년마다 이삿짐을 싸며 옮겨 다니던 생활을 접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면 나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사는 지역에 청약이 뜨면 닥치는 대로 넣기 시작했던 것이...

 인터넷 지도로 위치만 확인하고, 넣었던 청약. 계약금을 걸기 전엔 두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 같아 현장을 방문했다. 눈앞에서 부지를 보는데 뒤통수가 띵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좁은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다 지으면 닭장이겠는데? 게다가 정문 입구가 왜 이렇게 좁아? 이거 오피스텔 아니야?’


 부린이(부동산초보)였던 내가 봐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침엔 기분이 하늘을 훨훨 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 듯 침울해졌다. 뒤늦게 방문하여 모델 하우스에서 확인한 내 당첨 평수는 기괴한 배치도로 통풍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구조였고, 알고 보니 건설사도 아파트를 처음 짓는 듣도 보도 못한 회사였다.


‘망했다’

 그 당시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어였다. 2020년 6.17 대책 이후로 엄청난 부동산 규제 대책이 쏟아져 나왔고, 청약이 당첨되었는데 포기할 경우 페널티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


 모델 하우스를 나서기 전 계약 상담하는 데스크의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청약 포기하면 페널티가 어떻게 되나요?’

“네~선생님, 여긴 조정지역이라 청약 제한 7년이에요. 계약 안 하시면 7년간 아파트 청약을 못 넣게 돼요.”


 철렁 내려앉았다. 집에 돌아온 후 탈출구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계속했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커녕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연좌제로 묶여 혼인신고를 할 경우 얼굴도 모르는 미래의 내 남편도 청약 제한이라고 한다.


‘아... 이건 무슨 운수 좋은 날인가? 분명 아침까진 기분이 좋았는데 나에게 이런 크나큰 시련이…’

가라앉은 마음에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않은 속담까지 얹었다.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To be continued i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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