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대에게 어떠한 역사가 될 것인가?
이제 겨우 기어다니기 시작한 어린아이가 떨어질만한 아래쪽을 만나면 위험을 감지하고 방향을 돌린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무의식 행위는 스스로 쌓은 것이 아니라 선대 인류가 나의 유전자에 축적해 놓은 데이터로 나에게 보내는 지시다. 우리 인류는 이러한 선대들의 데이터 유산으로 생존 능력을 높여왔고 그 결과로 이렇게 번영할 수 있었다.
유전자와 함께 우리가 선대로 부터 받은 또다른 선물이 있다.
바로 현재를 위해 과거가 선물해 준 데이터인 '역사'이다.
역사는 인간이 겪은 집단적 경험의 기억들이 데이터로 남겨진 결과물이다.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문으로 역사학, 문학, 철학을 꼽는다. 역사는 현재 인간이 어떻게 여기까지 와 있는지를, 문학은 인간들이 어떻게 타인에게 공감을 전달하는지를, 철학은 그것을 통해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요약하자면, 인문학은 역사를 바탕에 두고 문학으로 표현되는 인간에 관한 고찰이며 나를 찾아가는 철학의 여정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먼저 공부해야만 인문학을 시작할 수 있다. 인간이 그동안 살아온 경험들을 먼저 이해해야만 현재의 나를 알 수 있기때문이다. 선대가 누적해 놓은 데이터인 역사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의 모든 현재는 과거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현재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만 한다. “당신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항시 새로운 물이 당신에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의 말처럼, 우리 앞에 놓인 현재의 강물은 과거의 누군가가 흘려보낸 역사의 결과물들이다. 나의 현재는 과거의 데이터가 가져다 준 선물이며, 미래의 누군가에게 현재로 만들어질 또 하나의 과거가 된다.
나는 후대에게 어떠한 역사가 될 것인가?
역사는 선대들이 후대에게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하여 전하는 귀중한 선물이다. 그것을 물려받은 우리의 역할 또한 과거의 데이터에 현재의 데이터를 추가하여 다시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만들고 그것을 미래의 데이터로 남기는 반복의 과정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여러분은 어떤 데이터로 남을 것인가?
'유전자'와 '역사'는 선대가 넘겨준 소중한 '데이터 유산'이다. 여러분이 후대에게 어떠한 역사가 될 것인가는 바로 여러분이 현재 남기고 있는 데이터로 결정된다. '데이터 남기기'는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여러분은 어떤 데이터로 남을 것인가?"
원석연
산업경영 공학박사. WhyQ Academy 원장. 25년간의 정보통신 관련기업 경영과 10년간의 대학강단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아날로그 인문학의 융합'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저서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