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혁을 이끄는 키워드들...
1994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우리는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은 일상용어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컴퓨터가 전화선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아날로그 전화망을 이용해서 디지털 데이터를 주고 받는 ‘다이얼업 모뎀(Dial-up Modem)’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컴퓨터와 손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온라인 만남의 공간인 BBS(Bulletin Board System) 즉, ‘전자게시판’이라고 불리었던 사설통신망이 탄생했다. 초기에는 고작 두 세 명만을 연결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당시에 앞서가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는 자부심 가득한 온라인 놀이터였다. 그 후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대형 기업이 주도하는 PC통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온라인’이 점차 일반용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몇 초면 다운로드할 수 있는 800MB 용량의 영화 한 편이 당시 2400bps 모뎀으로는 33일이나 걸렸지만, ‘온라인’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임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온라인’과 함께 당시에 등장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술이 ‘이동통신’이다. 80년대 후반 ‘삐삐’라는 애칭으로 인기를 누렸던 무선호출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숫자만으로 이루어진 암호와도 같은 소통 방식이었고, 공중전화 등 유선전화기로 달려가서 소통을 이어가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동 중에도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열광했었다. 그리고 시작된 휴대용 전화 서비스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다. 전화통화를 집이나 공중전화 박스와 같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어디에서나 그것도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다니? 휴대전화를 손에 든 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는 이로 인해 생겨날 엄청난 미래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온라인’과 ‘이동통신’이라는 두 가지 신기술에 흥분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당시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기기들을 아무런 불편 없이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스마트폰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생활 방식도 어느 정도 바뀔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최근 20년 사이의 변화는 그 예상을 완전히 뛰어 넘는 대변혁의 시간이었기에, ‘4차 산업’에 ‘혁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만나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비즈니스 방법 등, 우리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동안 우리의 생존을 도와준 낡은 기준이나 방식으로는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 눈 앞에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변혁의 쓰나미(Tsunami)가 밀려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엄청난 높이뛰기 능력으로 해일을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아니면, 뛰어난 수영 실력으로 파도를 뚫고 나갈 수 있을까? 우리의 육체적 능력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현재의 기술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그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눈 앞에 놓인 거대한 해일의 실체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라는 크나 큰 해일의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웹(Web), 모바일(Mobile),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가상현실과 증강현실(VR/AR), 빅데이터(Big Data), 블록체인(Block Chain),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이 있다. 먼저 이러한 핵심 키워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눈 앞의 해일을 극복하는 첫 단계이다. 이것을 단지 정보통신 관련 공학도들만 알아야 하는 전문지식으로 제쳐 놓아서는 안 된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도 그저 전문가들의 도구로만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더욱이 지금의 변화 속도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원석연
25년간의 정보통신 관련기업 경영과 10년간의 대학강단에서 만난 경험을 토대로, '디지털 기술 트렌드와 아날로그 인문학의 융합'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강연으로 그동안 쌓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면서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합니다. 저서 <이미 일어난 스마트 시대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