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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제이 Dec 12. 2021

한여름의 위로

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임신 삼개월정도 되었을때 남편과 남쪽으로 바닷가에 여행을 했다. 해안에서 배를 타고 40-50분정도 바다로 나가서, 그야말로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는 스노클링을 잔뜩 기대했었는데, 임신 초기라서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다가 흔들거리는 배를 오래 탔더니 멀미에 속이 좋지 않았다. 뛰어든 물은 파도가 너무 출렁거렸고 물도 몇번 먹고 나니 곧 죽을것만 같이 견딜수가 없었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겨우 물 밖으로 나와서 좀 쉬겠다고 하고 갑판에 있는 벤치에 뻗어버렸다. 서른명정도가 좁게 자리를 잡고 왔던 배는 텅텅 비었고, 멀리서 왁자지껄하게 바닷물속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태양은 강하고, 미슥거리는 속 때문이었는지 기운도 없고 호흡은 거칠고 정신도 가물가물 잠이 든것 같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성가신 날벌레인지 무언가 내 팔을 건드리는 것 같아 눈을 떴다. 내 앞에 파란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예닐곱살 남짓의 짙은 밤색 머리를 가진 꼬마가 서 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누운채로 그 꼬마를 바라봤더니, 내 어깨에 내 손의 반도 안되는 작은 손바닥을 가만히 대고 말해줬다.


“I Know how you feel. It’s gonna be okay”


그 고사리같은 손이 내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위로해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풉 …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참았다. 챙피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아이가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큰 미소를 지었더니 그 꼬마가 손을 흔들며 멀찌감치 사라졌다.


가끔 그날 그 꼬마가 떠오른다. 그렇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 마음 다 안다면서 괜찮아 질거라면서,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대고 해주었던 위로가, 그런 위로들이 가끔은 필요한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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