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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거북 Aug 10. 2020

하와이 Day 3:마니니오왈리 비치

내 인생 첫 번째 스노클링

2018.7.31.(화)  

   

카할루우 비치파크 kahalu’u Beach Parkㅡ우메케스(Umeke's) 점심ㅡ마니니오왈리 비치 Maniniowali Beachㅡ코스트코

    

오늘은 스노클링 하는 법을 마스터해야 했다. 내일이 대망의 돌고래 투어이다. 수경 쓰고 얼굴을 넣었다 뺐다 하며 돌고래를 찾아다닐 수는 없다.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며 수영을 3개월 배웠다. 자유형, 배영, 평영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물속에서 숨쉬기 공포증이 있던 나에게 이것도 기적이다. 하지만 스노클링은 또 다른 분야였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날아다니는데 나는 왜 안될까? 하와이 여행에서 바다 놀이, 스노클링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서 하와이 가기 전에 스노클링을 꼭 마스터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스노클링 하는 법, 스노클링 호흡법을 아무리 검색해도 70대 할머니도 1초 만에 성공한 영상이 있을 뿐 과정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센터 스노클 호흡법이나 코로 물이 들어올 때 호흡법 같은 고급강의만 있었다. 코로 숨을 쉬지 말고 입으로 쉬라고 하는데 앵무새처럼 따라 읽으며 몇 번을 시도해도 나는 수영할 때 숨이 막혀 벌떡 일어나는 딱 그 타이밍 즈음에 스노클링도 숨이 막혀 벗어던지게 되었다. 결국 하와이에서 직접 부딪혀보기로 하고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하와이에 왔다.      


카할루우 비치파크는 스노클링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파도도 잔잔하고 수심도 깊지 않으며 진입도 쉽다. 하지만 스노클링을 할 줄 모르는 나는 스노클 대신 수경을 끼고 수영했다. 아직 수영장에서 25m도 겨우 가는 수영 초보라, 깊은 곳에서는 부력봉에 간신히 의지해서 아빠곰과 똥꼬1호가 ‘여기 봐!’ 하고 예쁜 물고기가 많은 곳을 짚어주면 얼른 쫓아가서 숨을 참을 수 있을 정도로만 보고 나왔다. 그렇게 얼핏 보아도 카할루우 비치파크는 물속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와이 여행 내내 ‘엄마가 좋아하는 물고기’로 통한 패럿 피쉬(parrot fish)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 네 가족이 스노클링 하며 이쁜 물고기를 볼 때마다 혼자만 볼 수 없어 서로를 불러대는 시간이 참 평화로웠다.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스노클링 하는 우리 똥꼬1호는 스노클링 못하는 엄마가 볼 때 경이로웠다. 아무도 안 가르쳐줬고, 유튜브도 안 찾아봤는데 이 어려운 것을 해내다니 내가 수영 천재를 낳은 게 아닐까 싶었다. 나도 내 힘으로 물고기를 발견하고 싶었다. 이제 스노클링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딱 반나절 남았다. 

똥꼬1호와 카할루우 비치파크

    

비늘돔(Parrot Fish): '엄마가 좋아하는 물고기'의 정식 이름은 한국에 와서 정글의 법칙을 보고 알았다.

현지인이 많이 간다는 우메케스에서 생선부터 고기까지 밥과 함께 모두 담아먹을 수 있는 빅보이볼을 포장했다. 먹을 때는 좀 짜고 느끼했는데 한국 와서 자꾸 생각이 나면서 또 먹고 싶어 지는 건 왜일까.

우메케스 빅보이볼

 오후에는 오늘의 두 번째 바다, 마니니오왈리 비치에 갔다. 잘 알려지지 않은 비치이지만, 갔다 와본 사람들은 다 최고의 비치였다고 추천하는 곳이었다. 마니니오왈리로 가는 길은 환상적이었다. 노루 궁둥이 같은 풀, 바위 위 까만 염소, 풍경의 색들이 어찌나 조화롭고 평화로운지... 비치가 나오지 않을 것 길 끝에 만나게 된 마니니오왈리!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았다.     

마니니오왈리 가는 길

나에게 마니니오왈리는 돌고래를 만나기 전 스노클링을 배울 수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를 결정하는 마지막 바다이기도 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수경 대신 스노클링 장비를 꼈다. 하지만 나는 장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물에만 들어가면 숨을 참았고, 숨이 끝나면 헐레벌떡 올라왔다. 이 쉬운 걸 어렵다고 못하고 있는 아내가 답답했을 뻔도 한데, 나도 포기할 뻔한 나를 남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고맙고 미안한 만큼 마음이 조급해져서 남편한테 ‘저기 바위 뒤에 가서 나 혼자 해보고 올게.’ 하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갔다. 숨을 참느라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는데 이번엔 코와 입에 힘을 풀었다. 이건가? 이렇게 단순한 거였단 말인가? 땅에서와 똑같이 숨을 쉴 수 있었다. 야호! 숨을 몰아쉬며 올라올 때가 되었는데 한참을 들어가서 안 나오고 있으니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남편이 단번에 나의 성공을 알아챘고 “됐지? 된 거 같은데?” 하고 쫓아왔다. 신난다! 가슴에서 폭죽이 팡팡 소리를 내며 터졌다. 

마니니오왈리 비치: 파도도 평화로운 비치

착하고 이쁜 마니니오왈리와 남편의 스파르타 훈련의 합작품이었다.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되었을 때와 비슷한 감격, 아니 넘어서는 감격이 느껴졌다. 내일 돌고래 투어 때도 스노클링을 못하면 돌고래와 수영하기, 나의 넘버 원 버킷도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어서 간절했는데, 바로 전날! 스노클링을 성공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 드라마틱하다. 스노클링을 하게 되면서 여행이 또 풍성해졌다. 더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고, 더 즐기게 되었다. 내가 ‘아니야. 이 정도도 충분히 행복해.’ 하고 멈출 때, 더 넓고 즐거운 세상을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욕심내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우리 남편한테 참 고맙다. 나는 지금,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스노클링을 못했던 이유는 심리적인 것이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산소통도 안 달려있는 플라스틱 막대기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유튜브를 뒤져도, ‘코 말고 입으로 숨쉬기’를 되뇌도 할 수 없었다. 믿지 못하면, 몸에 힘을 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니니오왈리에서는 똥꼬1호가 적극적으로 놀지 않고, 추워하고 힘들어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1호를 보며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하루에 두 번 바다 놀이는, 찝찝한 걸 싫어하는 1호에게 힘든 일정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해진다. 

    

역사적인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코스트코에 들렸는데, 축축한 수영복을 그대로 옷 안에 입고 있었던 나는 도무지 에어컨 빵빵 얼음나라 코스트코에 들어갈 수가 없었고, 우리 집 세 남자만 들여보냈다. 남편은 한참 쇼핑을 하고 결제할 때 비자카드를 숙소에서 안 들고 왔다는 것을 알고 결국 현금결제가 가능한 핫도그와 피자만 겨우 사서 나왔다. 빛을 보고 모여든 벌레들이 바글바글한 야외 테이블에서 핫도그와 피자를 먹으며 분위기가 싸해졌다. 애들은 그게 간식이라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막상 돌아오는 길에 식당이 다 문을 닫아 결국 햇반과 컵라면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잠들었다. 아주 행복한 날에도,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되지는 않고, 기분이 상하는 일은 있다. 그런 게 인생인가 보다. 나는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된 아이가 잠자리에 들듯이, 설렘이 다시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 내일 자고 일어나면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까먹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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