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바디보딩: 파도에 꽂히다
2018.7.30.(월)
매직샌드비치ㅡ빅아일랜드그릴ㅡKTA 마트
하와이 호텔은 조식이 없다. 조식 포함 호텔 상품은 잘 나오지도 않거니와 있어도 너무 비싸서 선택할 수가 없다. 하와이의 첫 아침을 숙소에서 해결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김치돼지찜, 햇반, 미소된장으로 먹은 아침은 아직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숙소 전체에 하나 있는 전자레인지까지 가려면 5분이 넘게 걸어야 했고, 김치 냄새가 퍼질까봐 우리는 조심스럽게 김치돼지찜을 데워왔다. 미소된장은 룸 안에 있는 포트로 물을 끓이고 유리컵을 사용했다. 남편은 하와이 현지 음식을 최대한 많이 먹고 싶어 해서 내가 한국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바리바리 챙길 때 마땅치 않아했었다. 남편 입장에서는 하와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트렁크의 한국 음식 양만큼 줄어드는 것이었다. 반면에 나는 어떤 밥보다 누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 대한민국 주부이지만, 맛집을 검색하는 시간과 비싼 하와이 식비를 생각하면 레트로트 식품과 전자레인지 만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아침도 땡큐이다. 김치돼지찜은 너무 맛있어서 빨간 소스가 흔적도 안 보이게 밥을 싹싹 비벼먹었다.
"엄마 하와이 생각나. 먹은 거랑 숙소랑..."
" 뭐 먹은 게 생각나?"
" 김치 그거"
이렇게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하와이 여행 식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 정도이다.
아침을 먹고 매직샌드비치, 우리의 하와이 첫 바다로 이동했다. 바디보드 타기 딱 좋은 파도였다. 베트남을 여행할 때 바디보드를 1시간 빌렸는데, 남편이 바디보딩에 푹 빠져서 나는 손도 못 대보고 반납한 적이 있었다. 흥, 이번엔 시간도, 바디보드도 내 것이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하는 동안 남편이랑 나란히 바디보드를 탔다. 제법 큰 파도가 오고 있었다. 남편이랑 이건 꼭 타야 돼! 하고 눈빛을 주고받고 소리도 미리 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 파도와 만나자마자 물구나무 자세로 바닥에 꽂히고 말았다. 입술에서는 피가 철철, 얼굴 반쪽과 머리는 붓기 시작하고 교통사고 난 것처럼 얼얼하고 아팠다. 남편은 '진짜 짱이지.'하고 하이파이브 쳐야 할 아내가 물속에서 나오지 않아 저 멀리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얼굴이 너무 아팠다. 보드를 꽉 잡고 있어야 했는데 튜브 타듯 힘을 풀고 있었던 게 잘못이었다.
거울 보러 화장실로 가는 길에 내 얼굴을 나보다 먼저 본 외국 아가가 나를 보자마자 앙 울음을 터뜨렸다.
거울을 보니 웬 여자 복싱선수가 서있었다.
화산이 폭발하고 아직 소강상태가 아닌 빅아일랜드로 간다는 것,
아이들과 낯선 곳에서 3주를 보낸다는 것,
말로 내뱉기도 조심스러웠던 긴장감이 내가 바닥에 내리 꽂히는 순간, 펑하고 터져서 흘러내렸다.
여행 첫날부터 다치다니 올게 왔구나 싶기도 하고,
애들이나 남편이 아니고 내가 다쳐서, 또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은 얼굴만큼, 불안한 마음은 가라앉았다.
이 후로 파도와 바디보딩에 겁을 내게 된 건 아쉽지만, 이 사고로 하루하루 무사한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감사 센서가 본격적으로 민감하게 작동하게 되었다. 여행 끝까지 입술이 아팠던 건 그래서였을까?
저녁엔 현지인들이 많이 간다는 빅아일랜드그릴에서 처음으로 로코모코를 먹었다. 생일 가족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가족이 해피 버쓰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따라 불렀다. 우리 가족도 신나게 손뼉 치며 축하했다. 축하에 참여하면서, 하와이에게 우리의 도착을 축하받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