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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이야기 Nov 14. 2023

[김어준x박문호] 해소되는 질문 vs 해결되는 질문

월말 김어준 21년 7월호 박문호 박사님 편 

박문호 박사님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저런 내용까지 알고 계시지? 할 정도로 지식의 양이 어마어마하시다. 

그의 책 '빅히스토리 공부'를 호기롭게 샀지만 어마어마한 내용과 그림을 보고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그의 이야기를 유튜브와 팟빵으로 열심히 들으며 이해하려고 하지만 난해하다.  

최대한 그리고 최소한만 이해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귀에 꽂고 다니지만 이해하는 부분과 기억하는 부분은 1시간짜리 강의 중 몇 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몇 줄도 나에겐 울림이 크다. 


오늘은 총 1시간 18분에 걸친 이야기를 들었는데 놀라운 내용이었다(아래는 맛보기 링크이니 참고하세요). 


https://youtu.be/TVFb1nLQpIQ?si=4hYuHZBOftBWsWUZ


건방지게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노화(죽음)도 질병이다. 노화(죽음)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여 년, 생물학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주제가 RNA 월드 이론인데 이 이론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노화' 곧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신다. 마치 양자 혁명으로 인해 원자폭탄의 제조부터 반도체, 현재의 가상 세계, AI 등으로 이어진 것처럼 생물학 분야에서의 RNA는 양자혁명과 같은 시작점에 있다는 거대한 이야기를 호기심 넘치는 아이의 목소리로 장장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셨다. 


놀랍기도 하지만 재밌고, 재밌으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곧 30년 내로(박문호 박사님에 따르면) 닥칠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했다. 아래는 몇 가지 생각나는 내용을 옮겨 보았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정말 대충 훑어만 보시면 좋겠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지난 약 10억 년간 싸워온 흔적이 RNA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것을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고 그 둘을 스페이스와 리피티드라고 한다. 

스페이스에는 과거 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흔적들이 그대로 녹아 있고, 리피티드는 오리지널 박테리아의 유전자들이 있는 곳이다. 

CPISPR-Cas9이라는 3세대 유전자 가위(2020년 노벨과학상 수상)는 유전자를 정확히 판별하고 이를 자를 수 있어 영화에서 보듯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시대(신의 영역)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의 학자가 수정란 상태의 유전자를 조사하여 장애 유전자를 태아 단계에 제거하여 중국 당국에 잡혀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RNA 월드 이론은 노화를 극복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발견 뒤 지구상의 생명체를 살펴보니 200년 이상 살아온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의 상어는 500년 이상 살고 있고, 벌거숭이 두더지의 경우는 신체 나이가 측정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론은 사는 환경에 따라 노화라는 질병이 유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지난 2013년, 노화의 근본 원인을 알아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Calico(California Life Company)를 설립하였다고 하니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817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들으면서도 내가 이해를 잘했는지 못했는지가 헷갈리더니 들은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이 사달이 났다. 그나마 마지막 5분을 남겨 두고 하신 말씀 중에 와닿는 말씀이 있었다. 


해소되는 질문 VS 해결되는 질문



RNA 월드에 대한 설명은 이후 광물과 우주론까지 연결된다고 하시면서 평행우주론을 언급하셨다. 평행우주론은 현재 우리 인류의 지식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해소되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10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반려견'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고, 세종 대왕에게 현재의 스마트폰을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같이 평행우주론 또한 현 인류에게는 '반려견'과 '스마트폰'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즉 풀어서 해결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다만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질문이라는 것이다.  


아주 신박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것은 무한하고 우리 인류가 모르는 것 또한 무한하다. 그러한 세상에서 마치 뭘 좀 아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행동인지를 순간 느꼈기 때문일까. 어쨌든 박사님의 말씀은 매우 와닿았다. 세상엔 해소되는 질문이 있고 해결될 수 있는 질문이 있다는 것... 


이 말씀을 들으니 곧 내 인생이 보였다. 


내 인생은 해결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마치 해결할 수 있는 질문처럼 내 삶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런 관점이 오히려 내 삶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마치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살아온 것 같다. 


크게 관점을 돌이켜 볼 때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문제와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삶을 보니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단순한 대답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흐르고 있는 내 삶이라는 것이 문제를 해소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있거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일어남이 내 삶 자체를 지금 이 순간에도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무한광대한 관점에서 내 삶과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다. 조금 더 사색해 볼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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