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야 Aug 06. 2024

'낭만젊음사랑' 노래를 듣다 발견한 주옥같은 댓글

아래 글은 제가 우연히 음악을 듣다가 어떤 분께서 적어 놓은 글이 너무 아까워 공유합니다. 


아래 영상을 클릭하셔서 댓글이 적힌 노래를 들으면서 읽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넓고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다양함의 넓이와 깊이에 호기심을 가지고 먼저 귀담아들을 때 세상은 참으로 풍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J8F-sVVNPZg?si=9J1paSC52MSSls49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의 유형을  '낙타형 인간', '사자형 인간', '어린아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낙타형 인간은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와 의미를 잃은 채 그저 남들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유형이다. 사자형 인간은 남들의 요구에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독단적으로 살아가되, 그 목적은 남을 착취하며 오직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혈안이 된 유형이다. 이 두 유형은 니체에 의하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의 유형은 당장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유형이다. 삶의 작은 부분에서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논리에 편승하여 사는 게 아닌 오직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린이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젊음과 낭만과 사랑이 있다. 현대인들은 낭만이란 말을 허황되고 철없는 언어로 규정하고 말았다. 정작 그 낭만을 없애고 사람들이 영혼을 잃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낭만은 '비효율성'이다. 가성비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내 삶에 큰 효용성이 있는 행동이나 감상이 아니다. 낭만은 우리가 으레 짐작하듯 쓸데없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산다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착각한다. 인간은 합리성에 기초한 존재라고 착각한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우리가 살면서 선택하는 것들이 다 효율적이고 가성비 넘치는 선택들이었을까? 대부분은 재미없는 논리에 따라 선택하기보다,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선택을 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꽤나 만족스럽다. 남을 위해 시간을 쓰는 일, 나의 정신과 시간을 소비하여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본 일, 버스를 제때 못 탈 수도 있지만 길가의 고양이에 푹 빠져보기로 한 일 등등. 그것이 낭만의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기쁨이다.   


젊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삶의 익숙한 것들에 여전히 새로운 신비감을 느낄 줄 아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는 삶의 한 순간 한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나가다 꽃을 보고 철 없이 감탄하는 능력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나와 상관없는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체면을 버리고 환한 웃음으로 기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고상함에 집착하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경탄할 것들로 넘쳐나게 되고, 되려 고상함까지 갖추게 된다.  그리고 젊음은 무엇이든 나의 삶의 의지를 통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세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고, 오지 않는 안락함을 좇아 현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현재로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은 '젊음'을 가진 사람이다. 설령 현재에 고난이 온다 하더라도 그 고난의 원인을 자신의 과거에 돌리는 게 아닌, 오로지 현재에 돌파해야 할 온전한 고난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억하라. 젊음의 인간은 매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을.   


젊음과 낭만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젊음과 낭만을 얻기 위해 세상이 말하는 기준을 내던진 어린아이의 인간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버릴 수 있다. 사랑을 하는데 계산을 하지 않는다. 내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오직 그 순간의 감정에 흠뻑 젖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어린아이처럼 취해 본다. 설령 그런 사랑이 나중에 내게 쓰라린 비수가 되어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한들, 젊음과 낭만과 사랑의 인간은 이 후회하기를 포기할 수 없다. 떠나는 이는 자신이 아끼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고 아쉬워하겠지만, 이내 삶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새로운 기쁨들이 몰입의 환희로 그이를 덮을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쁨과 땅이 꺼질 듯한 깊은 슬픔을 반복하다 보면, 인생의 그림은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가득 차 있을 테다.   


<낭만젊음사랑> 이란 노래의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와 길을 잃기로 결심했다. 세상이 말하는 길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함께 가자고 말한다.  화자는 길을 잃어버려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모르게 된다 해도,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라면 상관없다고 말한다. 화자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도, 경험적 토대도 없다. 그리고 분명 그 길을 막상 가면 방황하게 되고 때로는 두려울 게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화자의 삶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정해진 길이 안락함과 함께 권태로움을 준다면, 정해지지 않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낭만젊음사랑의 배는 불안함과 함께 역동성을 선물해 준다. 춤을 추는 기쁨, 춤을 추다 지쳐 앉아 있을 때 도착한 새로운 장소에 대한 기대감,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다시 선택한다 하더라도 이 길을 갈 것이란 확신. 그것이 어린아이의 삶이자 천국의 삶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찰 하나. 기질 뛰어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