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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31. 2024

우리는 왜 자신을 사랑해야 할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



나도 한 때는 나를 많이 미워했다. 가장 만만한 건 가족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하루 종일 입으로 툴툴댔고 귀로 들었다. 누군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오면 나의 안 좋은 기분을 일부러 증폭시켜 풀곤 했다. 기분이 좋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것이 어색했다.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미워했다.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은 세상 밖으로 튀어나갔고, 그 마음은 마치 테니스 공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튀어왔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 그대로 내 세상을 만들었다. 나는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매 순간 나를 미워하고 구박하고 타박했다. 그리고 불행한 내 인생의 원인을 세상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이 모여 내 인생의 조각들을 만들었고, 그 조각 덩어리들이 나에게 덕지덕지 눌러 붙었다.



그렇게 인생을 내 손으로 구기고 찢고 짓밟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 간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던 것 같다. 언제가 정확한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러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임계점에 이르니 봇물 터지듯 여태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 했던 감추고 싶은 감정들이 폭발했다. 수치심의 밑바닥에 쌓여 있던 나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다르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걷기 시작했다. 원래 걷고 뛰는 것을 좋아했지만 기분이 날 때 한 번씩 걷거나 뛰는 정도였다. 어느 날부터 매일 1-2시간씩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연이 닿아 평소 가고 싶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약 13일, 400km가량을 걸었다. 길 위에서 나와 함께한 약 13일의 시간 동안 한 가지 나와 약속한 것이 있다.


출처: Unsplash의 Jorge Luis Ojeda Flota



나를 사랑하자. 나를 죽도록 사랑하자.



나와 단 둘이 그리 오랜 시간 고요하게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고요하게 마주한 나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걷기 전 나를 돌아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안쓰러웠다.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히고 살아왔는가? 얼마나 나를 학대하였는가? 실수라도 하면 얼마나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취급하였는가? 나의 감정을 얼마나 무시하고 또 회피하였는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할 정도로 큰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이 당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을 마주하더니 눈물, 콧물이 되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무릎 꿇고 앉아 펑펑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지난 수 십 년 간 꽉 막혀 있던 응어리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나와 약속했다.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나는 조금 다른 사람으로 살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하는 데는 반복 훈련과 시간이 필요했다. 가끔씩 과거의 내 모습이 나올 때는 무시하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나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생각과 말을 조심했다. 함부로 생각하지 않았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과 말을 조심하다 보니 행동은 저절로 따라왔다. 그 뒤로 20년 간 피우던 담배와 술을 끊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끊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를 괴롭힐 때 하던 나의 행동들이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갔다.




내 딸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우리 집에 처음 왔던 날이 기억이 난다. 아이를 안고 우리 집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소개했다. "여기는 네가 잘 안방이고, 여기는 거실이며 여기는 네가 씻을 욕실이란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의 삶을 온전히 아이와 공유하고, 딸아이가 나와 아내의 삶의 한 부분으로 빨리 자리 잡길 바랐던 것 같다. 사랑은 관심(觀心)이다. 마음을 보는 것이다. 내가 우리 딸아이의 마음을 보려 하고, 딸아이가 내 마음을 보길 원했던 그 마음이 바로 관심이다. 사랑에는 항상 관심이 있다.



딸아이의 마음을 보려 하고 내 마음을 딸아이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처럼 나 또한 스스로에게 마음을 보여주려 하고 더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누구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살핀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내 마음을 관찰한다. 혹시나 불편한 데는 없는지 기분은 좋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그렇게 나는 내 마음과 공명하려고 한다. 나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남을 위한 것이다. 사랑은 내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남에게 전해지는 것 같다. 지금은 11살이 된 딸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즐겁고 유쾌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가 아닐까.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

그렇게 나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내가 사는 세상이 천국이 되었다.

이러니 나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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