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러닝을 하고 사이클을 약 1시간 30분 정도 탔습니다. 저는 생활 체육인입니다. 괴물 같은 운동 신경을 타고나서 아쉽게도 운동선수가 되지 못한 안타까운 케이스라면 스토리도 생기고 참 좋았겠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운동은 좋아하는데 옆에 보면 항상 괴물 같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종목이라도 잘 만났다면 운동선수가 되었을까요? 이 나이에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 걸 보면 운동을 참 좋아하긴 하나 봅니다.
한 동안 운동을 안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십중팔구 제 인생에서 무슨 일이 터졌을 때입니다. 사랑하던 여자에게 심하게 차이는 등의 충격적 사건을 맞았을 때는 운동할 힘도 하고 싶은 의지도 없습니다. 그땐 줄곧 술만 퍼마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술을 끝까지 마시다 보면, "나 이러다가 진짜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부턴 어김없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무작정 걷습니다. 괴로움의 정도나 풀어야 할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걷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정말 답답할 때는 하루에 10시간도 걷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안타깝게도 실화입니다. 제가 신도림역 앞에 살 때, 집에서 출발하여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까지 걸어서 갑니다. 미쳤죠? 그렇게 걷다 보면 마음이 매우 평온하고 차분해집니다. 걷기 시작하고 약 5~6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면 Zero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불교에서 말하는 삼매(三昧) 상태에 들어갑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걷는 나만 있는 상태인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걷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약간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이게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에 꽉 사로잡혀 있다가 걷고 나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 것도 있다. 이거 아니면 절대 안돼!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그 한 생각을 버리자"라는 관점의 전환이 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는 나름 제 인생에서 맞이하는 굽이굽이 괴로움 등을 걸으면서 많이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해결되고 어느 정도 살만하다고 걷지 않으면 다시 예전의 나약한 마음 상태로 돌아갈까 두려워 매일 30분 이상 걸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습니다. 웬만한 풍파에는 쉬이 흔들리지도 않았지만 흔들리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면 그만이었죠.
어느 날부터 뛰고 싶어 졌습니다. 꾸준히는 아니었지만 그 전에도 한 번씩 뛰곤 하였는데요. 그러다 약 3년 전부터는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은 뛰고 있습니다. 뛰는 습관을 만들려고 첫 100일은 매일 뛰었습니다. 그렇게 100일을 뛰고 나니 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져서 이제는 몸에 완전히 익었습니다.
뛰니까 좋은 것이 많습니다.
뛰고 나면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해지고 좋아집니다. 유튜브 쇼츠를 보면 나오는 짧고 굵은 도파민이 아닌 은은한 세로토닌 호르몬이 저의 뇌를 적시니 단순 쾌락적인 기분과는 차원이 다른 기분 좋음이 제법 오래 느껴집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긴 거리를 뛰는 등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거의 하루 종일 좋은 기분이 유지될 정도로 효과가 좋습니다.
꾸준히 뛰니 몸이 알아서 적당한 체중을 찾아갑니다. 저는 물만 먹으면 살이 찌는 체질입니다. 예전 술을 먹을 때는 좀 관리를 안 한다 싶으면 일주일에 3-4 킬로그램이 늘기도 하였습니다. 술을 끊으면서 그 정도로 급격하게 체중이 늘 일은 없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살이 붙을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못 느꼈지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저보고 체형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오래 뛰면 몸의 형태나 몸매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밝아지고 맑아집니다. 야외에서 뛰면 오히려 얼굴이 새까매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시겠지만 얼굴 색깔이 아니라 얼굴빛이 밝아지고 정확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매일 좋은 기분을 유지해서 그런 것인지, 노폐물이 빠져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뛰는 것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꾸준한 달리기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뛰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겠죠?
얼마 전부터는 로드 바이크를 타고 있습니다. 러닝만큼 즐겁습니다.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요. 자전거라는 친구가 있으니 매일 그 친구를 보는 맛도 납니다. 저는 아직 아래 사진처럼 같이 탈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재밌습니다. 나중에 사람들도 사귀고 같이 달리면 더 재미있다고 하던데요. 그건 천천히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제대로 기초부터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시간 날 때마다 좋은 자세로 자전거 페달링을 하는 저를 온전히 느껴보고 있고요. 매주 1~2회 정도는 사이클을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아카데미에 가서 배우려고 합니다. 오늘은 아카데미에서의 첫 훈련이었는데 힘든 만큼 정말 재밌더군요. 사이클이라는 풍미가 인생에 더해지니 참 좋네요.
운동을 평소 안 하셨던 분들은 일단 걷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하루에 5분도 좋으니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세요. 나가기가 정말 싫으시다면 비싼 운동복과 비싼 신발을 사세요. 그러면 나갈 원동력이 더 강해지죠 ㅎ 그렇게 5분, 10분 늘이다 보면 어느새 걷는 것 자체가 좋아질 거예요. 그렇게 꾸준하게 걸어보세요. 그러다 혹시 뛰고 싶다면 똑같아요. 하루에 1분씩 뛰어 보세요. 아주 느리게 천천히 1분만 뛰어보면 1분이 5분이 되고 5분이 10분이 되죠. 그렇게 하다 보면 러닝 자체가 좋아질 수 있어요. 물론 뛸 때마다 괴로울 수도 있죠. 억지로 뛸 필요는 없어요. 그럼 다시 5분으로 돌아가서 아주 느리게 뛰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게 먼저 걷는 것과 뛰는 것 자체가 괴로움에서 즐거움으로 바뀌도록 천천히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니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분들은 이 글을 읽으셨다면 꼭 운동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운동은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니까요!
그럼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