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운동의 특이한 장점. 도망칠 수 있다. 정말.
2021.8.24
운동 8주 차 2일째
전날 밤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다.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한 날이다. 나이키 런 가이드도 듣지 않았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서 우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4바퀴 정도 걷고 나니 답답해져서 그냥 비를 맞으며 달렸다.
초등학생 때 호주에서 비 맞으며 네트볼 경기를 한 이후 비 맞으며 운동하기는 처음이다. 거의 20년 만이다. 사실 나는 비 맞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땀인지 비인지 혹은 눈물인지 모를 물속에서 달리다 걷다 하다 보니 비가 그쳤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그저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오늘은 감정이 좋지 않은 날이라 마치 하늘이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운동해도 된다고 환영받는 기분까지 들었다랄까.
달리다가 걷다가 달리다가 걷다가를 계속했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호흡이 자꾸 흐트러졌다. 중간중간 쉴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종종 숨 쉬기가 힘들다. 그냥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 마음을 담아 속도를 냈다. 정말 도망가고 싶은 만큼 달렸다.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힘들면 울어도 된다고, 숨겨준다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이래저래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답답한 것도 있고, 재택근무가 아닌 회사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 시간부족으로 한 시간의 운동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오늘은 감정에 지지 않고 오늘의 운동을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Hope my tomorrow is better than today.
나의 내일이 오늘보다 나은 날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