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일 Nov 15. 2019

그때는 갑갑했고 지금은 들떴다

그때는 갑갑했고 지금은 들떴다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현지에 가서 구하거나, 한국에서 구해가거나. 2가지 모두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후자 쪽으로 접근해보는 거다.

(농장 관련 업종에서 크게 벗어나긴 힘들지만) 이전에 일하며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  호주라면 현지에 가서 구하는 것도 별문제 없겠지만 유럽은 처음이란 부담감이 있었다

결국 내 선택은 그동안 지겹게 봐오던 취업사이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사람인, 잡코리아, 인크루트의 해외 일자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재취업을 위해 사이트를 볼 때와는 달리 기분이 들떴다. 가보고 싶은 남미, 아프리카, 미국, 유럽의 나라들을 번갈아 검색해보며 현지인들과 어우러져 일하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더 이상 전공이나 경력을 살필 이유도 없었다.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남미와 아프리카의 일자리들은 언어장벽이 컸다. 미국은 단순직종이나 IT직종이 많았다. 유럽, 그중에 동유럽으로 시선을 돌리니 물류업종에서 사람을 많이 구하고 있었다. 무역용어는 몰라도 나름 상경계 출신이니 대충 비벼볼 만해 보였다.

화상채팅으로, 슬로바키아에 소재한 한 작은  물류회사의 면접을 보기로 했다. 집 컴퓨터엔 캠이 없어 시간을 정하고 동네 PC방을 찾았다. 회사의 대표와 직접 면접을 봤는데, 글로벌 물류기업의 현지법인장으로 있다가 눌러앉아 현지에서 사업체를 꾸린 지 수년이 됐다고 했다.  헝가리, 루마니아에도 사무실을 추가로 차릴 계획이라 슬로바키아 사무실의 현지인 직원을 관리할 한국 직원을 구하는 것이었다. 언제 올 수 있냐는 그의 말에 비행기표를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중고나라를 통해 론리플래닛 동유럽 편을 샀다. 슬로바키아 페이지를 펴니 아이스하키, 하이킹, 아름다운 여인들(!)로 유명하다고 했다. 책에 실린 유명 여행지 사진들 중엔 인접한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베이(Kotor bay)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싼 항공권은 아에로 플루트(에어 러시아)였다. 슬로바키아와 가까운 오스트리아 빈을 목적지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어머니는 꼭 가야 되냐며 한숨을 쉬시며 허락해주셨다. 아니 애초에 허락받고 반대하고 하는 것은 우리 집안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친한 친구와 종로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가능하면 유럽에서 정착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전 01화 다음 일자리는 유럽으로 정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