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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Sep 11. 2022

오늘은 인증 없는 날?

물론 있는 건 있고!

뒷 집의 가족 간 정겨운 통화가 창문 너머를 타고 온다. 분명 뒷 집 부부는 한국인 부인과 외국인 남편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 전화는 시어머니와의 통화. 여러 주제가 오가고 있다. 외국인 남편과 한국어를 쓰시는 시어머니라면 국제결혼이신 모양이다. 지금 미국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시부모님은 미국에 사시는구나. 글쓰기를 위해서 알바를 했다는 며느리를 꽤 응원하시고. 보기 좋은 풍경이다. 글쓰기는 나도 아직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한 일이라서 말이다.

부러움을 가득 안고서 바라보는 하늘은 꽤 맑았다. 날짜가 찍힌 이유는 하늘 보기도 인증 미션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강제로 보는 하늘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 반문하겠지만 진짜 좋은 일이 있어서  웃든 거짓으로 웃든 뇌는 구별 못한다고 하잖아. 그러니 강제 하늘 보기도 뇌는 구분 못할 거라 생각한다.


뒷집 시어머니는 굉장히 사람들을 살뜰하게 살피시는 분 같다. 한국에 있는 아들에게 이모며 사돈 부모님들 주변 친척들 이런 특별한 날이라도 잘 보살피라 당부하신다.

할 일을 미리미리 챙기지 못하는 내게도 저런 분이 계시면 오죽 좋을까 싶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여기에도 인증 미션. 챌린저스의 도움을 받는 중이다. 저대로 계속 지켰냐는 물음에는 노 코멘트! 그래도 의식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추석 전날 글쓰기 모임은 모두 쉬어버린 탓에 추석 당일엔 하루치 작업을 성묘 다녀오자마자 시작했다. 둘 다 1페이지도 안 되는 작업량이다. 전엔 페이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제로 10일 지난 시점에서는 계속 붙잡고 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했다.

 소설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욕심이 부른 결과지만 조금씩 채워지는 페이지를 보고 있자니 기분은 좋다. 10일마다 소모임의 강퇴가 결정되는데 나는 일단 패널티 2개가 아니라 세이프! 오늘부터 다시 새롭게 채점하는 날이라 조절 잘 해야겠다.

더불어 밀린 책을 읽는 일도 만족스럽다. 장편 한 권을 읽기보다는 여러 단편을 돌려가며 읽는 재미도 새로 발견했다. 스스로 가능하다면 더 좋겠지만.

챌린저스의 도움을 받는 건 두 가지가 더 있다. 못생긴 얼굴을 살짝 공개했던 주 5일 스킨로션 바르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고 집에 퇴근하면 그대로 자고 싶지만 얼굴 좋아졌다는 소리에 미루기가 무서워진다. 사람은 이리도 간사한가!


스스로 개설할 수 있는 도전 중 운동의 부분도 하나 집어넣었다. 돈을 많이 걸수록 확실히 미루는 부분이 덜하지만 많은 돈이 부담인 나는 간단하게 1천 원으로 시작하는 플랭크를 만들었다. 그것도 내가 만든 도전 중 제일 긴 100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뒷집의 통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중간에 너무 사생활이 나오는 거 같아 들리지 않는 쪽으로 자리를 옮긴 탓이겠지만 일반적으로 하는 애를 낳아야 한다라던가 취직은 어때야 한다 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좋았다.


추석 연휴 3일째, 달라지는 인증은 없지만 없는 인증도 존재는 하더라. 바로 내 마음이 지키는가 아닌가의 인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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