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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Sep 10. 2023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_가네코미스즈

모든 것에 대한 기도




벌과 하느님



벌은 꽃 속에,

꽃은 정원 속에,

정원은 토담 속에,

토담은, 마을 속에,

마을은 나라 속에,

나라는 세계 속에,

세계는 하느님 속에,


그래서, 그래서, 하느님은,

작은 벌 속에.








별과 민들레



푸른 하늘 속 깊이

바다의 조약돌처럼,

밤이 올 때까지 잠겨 있는,

낮별은 눈에 안 보여.

      보이지 않지만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꽃 지고 시든 민들레의,

기왓장 틈새에 묵묵히

봄이 올 때까지 숨어 있는,

강한 그 뿌리는 눈에 안 보여.

       보이진 않지만 있어요.

       보이지 않는 것도 있어요.







초가을이다. 여름과 가을의 틈은 밀당의 시간이 존재한다. 낮엔 한 여름 같다가 저녁에 되어서야 '음, 가을이군. 그래, 가을이 온 거야 여름이 가고 있는 거야.'


가을의 서늘한 기운에 귀가 열린다. 풀벌레 소리를 내고 있는 하느님을 느낀다. 열린 눈 안으론 높아진 하늘이 들어온다. 보슬보슬 일렁이는 강아지풀에 앉아 흔들리는 하느님을 본다. 


보이지 않지만 안달하지 않는 건 믿음 때문이다. 낯이지만 별이 빛을 내고 있고 기다리면 꽃이 핀다는 믿음.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을 잊은 채 살아가는 시간이 많다. 조바심을 내느라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만다.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을 가네코에게서 배운다. 


계절 따라 별자리가 바뀐다. 여름밤에 찬란히 빛났던 별들은 지구 반대편 누군가는 보고 있겠다.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들로 인해 세상은 아름답고 지구가 잘 돌아가고 내가 가을을 맞을 수 있는 것, 낮별과 숨은 뿌리를 더욱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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