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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은경 Dec 12. 2023

나무와 그림자

《 1센티미터 숲 》문학동네 2023



나무와 그림자



땅에 누워만 있던 내 그림자가

일어섰어


나랑 하루 종일

마주 보게 됐지


바람에 흔들리는 내가

꽤 괜찮아 보여


해가 뜨는 내일을 기다리는

버릇도 생겼지 뭐야


그게 다 내 앞에

높다란 벽이 생기고부터야


변은경, 1센티미터 숲 》 문학동네 2023





우리 동네에 GTX 역이 생기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다.  편리와 새로운 동네 모습을 기대하면서  동네 사람들은 높은 가림막을 수년 째 보고 살고 있다. 처음엔 조금 답답해 보였는데 갈수록 가림막에 그려지는 나무 그림자가 근사해 보였다.


시집을 본 사람들에게서 이 시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벽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된다. 문제일 수도, 이루어야 하는 목표일 수도,  만나는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머리가 아프고 목표는 절망감을 느낄 수도, 에너지가 더 생길 수도 있으며 사람 관계는 아플 수도,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벽이 아픔인지, 나를 일어서게 하는 존재인지,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희망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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