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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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적당히 떨어졌고 빛깔도 바랜
올해 수국을 모두 잘라냈다.
내년 수국을 또 보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의 아쉬움과 쓸쓸함.
잘린 꽃을 모아 쓰레기통에 담을 때면
늘 드는 생각.
'잘린 꽃들을 쓰레기통에 넣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한 것처럼
살뜰히 가꾸어야 하는 것과 버려야만 하는 것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그 탐스러운 수국 꽃뭉치들이 없어졌는데도
이제 겨우 7월이고, 올해 여름은 여전히 남아있고
수국을 만날 수 있는 내년의 계절은 요원하다.
어릴 땐 뭔가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졌던 김영랑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구나.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가.
내년의 수국이 벌써부터 그리운.
24년 여름의 수국이 남겼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