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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티본스테이크에도 '한국패치'가 통할까?

피렌체 티본스테이크 맛집 '달오스떼'의 브랜딩

by 오늘

피자와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에선

도시마다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

나폴리에서는 마르게리따 피자
피렌체에서는 티본스테이크


오늘은 피렌체의 한 티본스테이크 맛집이 한국인 맛집으로

유명해진 비결을 알아보겠다는 핑계로 직접 다녀온

소소한 후기를 올려본다.



길다란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는 지중해와 맞닿은

남부 해안은 해산물과 피자가,

알프스로 연결되는 북부 육지는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특히 북부에 위치한 피렌체는

티본스테이크의 성지 같은 도시다.

#피렌체티본스테이크 를 검색하면 수많은 맛집이 나오는데

그중 눈에 띄는 맛집이 바로 '달오스떼 Dall'oste'다.

지난번 소개한 '로마 3대 카페'처럼

'피렌체 3대 티본스테이크 맛집'이 있다.

트라토리아 자자 ZAZA, 리스토란테* 부카마리오 BUCA MARIO 그리고 트라토리아* 달오스떼 Dall'oste.


수많은 피렌체 맛집 중 '달오스떼'가 본점에 이어

3호점까지 내며 한국인 맛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리스토란테 : 안티파스토(애피타이저), 프리모피아토(전식), 세콘도피아토(메인), 콘토르노(메인에 곁들이는 샐러드 등), 돌체(디저트)에 이르는 메뉴를 갖춘 고급 레스토랑.

*트라토리아 : 서민들이 즐겨찾는 캐주얼한 식당으로

간단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맛볼 수 있다.

간혹 향토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오스테리아 : 중세시대 여관에서 비롯되어

우리나라 주막처럼 술과 함께 간단한 안주식의 요리를

주로 선보이는 간이 음식점.


1. 모양과 맛 동시에 잡는 '커팅'의 기술

- 티본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서 내어 주다


8년 전, 처음으로 피렌체 티본스테이크를 맛보았을 때

느꼈던 단점은 2가지다.

스테이크를 1kg 단위로 판매해서 혼자 먹기엔 힘들다.

T자 모양 뼈에 붙은 스테이크는 모양은 멋지지만

속까지 고루 익지 않아 질기고 잘라먹기 어렵다.


그래서 올해 다시 찾은 피렌체에서 티본스테이크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걸. '트라토리아 달오스떼'는 2가지

단점을 깔끔하게 보완한 티본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


티본스테이크는 T자 모양의 뼈 양쪽에 등심과 안심이

붙어 있어 두 가지 부위를 즐길 수 있지만 뼈쪽까지

잘 익히기 쉽지 않아 자칫 질길 수 있다.


그래서 달오스떼는 취향에 맞게 익힌 티본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서 내어 준다. 덕분에 깔끔하게 커팅하기 어려운

티본쪽 부위까지 남김 없이 맛볼 수 있다.


물론, 티본스테이크의 멋도 해치지 않는다.

거대한 T자 모양 뼈를 살려 커팅한 안심과 등심 부위를

그대로 플레이팅해 내어 주는 것. 부위 결대로 커팅하는

기술이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조각까지 고려한다는 점에서

현지인부터 한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

달오스떼에서 주문 후 서빙되는 부르게스타에

당황하지 말자. 소스 하나까지도 추가비용이 붙는

여느 이탈리아 식당과 달리 달오스떼에서는 에피타이저로

바게트에 비프 라구소스를 얹은 부르게스타를

인원수대로 무료로 제공한다. 자릿세에 포함된 서비스로

여기고 식전빵처럼 맛있게 먹으면 된다.


2. 굽기도 내맘대로 후조리 가능한

'돌판' 플레이팅

- 취향에 맞게 익혀 먹을 수 있는 돌판에 담다


이탈리아는 레어에 가까운 스테이크를 즐기는 만큼

미디움 웰던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 수 있다.

도저히 못 먹겠어서 좀더 익혀달라고 하면 너무 익혀서

퍽퍽함만 남은 스테이크를 받은 후기도 종종 본다.


핏기 뚝뚝 선홍빛 '레어'에 익숙지 않아도 달오스떼에서는 걱정 없다.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 티본스테이크를

얹어 주니 덜 익었다면 취향에 맞게 익혀 먹을 수 있다.


티본스테이크 주문 시 굽기를 선택할 때에도 '미디움 레어'라고 하니 '오, 레어 미디움'이라고 되묻는다.

역시 '레어'에 방점을 두는 이탈리아답다.


피렌체에서 유명한 티본스테이크에 사용되는 품종은

끼아니나(Chianina)로, 토스카나 지방에서

고대 로마 시대부터 함께해 온 흰 소 품종이다.

대개 1kg 내지 1.2kg를 기본으로 추천하며

86~104유로 선이다.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Bistecca alla Fiorentina)'

로 불리는 피렌체 티본스테이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즐겨먹었다고 하니

무려 500년 넘게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신선한 고기의 육즙을 그대로 살리는

'알 상궤(al sangue)'로 구워먹기.


겉면은 거무스름하지만 속은 핏기 뚝뚝 선홍빛 비주얼로

살짝 익혀 위에 시칠리아산 굵은 소금을 토독톡

뿌려낸 그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육회 타르타르가 아닐까 싶은 모양이나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운 식감에 놀랄 거다.

평소 미디엄 레어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맛있다.



3. 만나면 반가운 한국어 메뉴와

한국인 직원

- 타지에서 만나는 안정감, 부담 없이 주문 가능


요즘처럼 해외여행 기간이 2~3주로 길어지면

타지에서 한국이 느껴질 때만큼 반가운 것도 없다.

특히나 은근한 스트레스를 주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주문할 때면 영어 메뉴판만 있어도 감사할 따름인데

한국어 메뉴판이 있다면 감동할 지경이 된다.


누군가는 현지 메뉴판만 있어야 진정한 현지인 맛집

이라고들 하는데 해외여행이 거듭되다 보면

입맛에 안 맞는 현지식보다 우리 입에도 충분히 맛있게

변형된 퓨전현지식을 찾는 시기가 온다.


나 역시 구글 평점이 높은 맛집을 선호하는 편이나

하나 더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인 리뷰가 있는지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면 분명 이유가 있다.

입맛에 맞게 맛있거나 위생이 깔끔한 편이거나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뷰가 좋거나.


이런 이유에서 달오스떼는 구글 평점 4.6점으로

높은 편이고 한국인 리뷰가 넘쳐나며

달오스떼에서 친절하게 답변도 달아준다.


자리를 안내하며 가장 먼저 국적을 묻고는

바로 한국어 메뉴판을 내어 주니

먹고 싶은 메뉴를 빠르게 주문 가능하다.


운 좋은 날에는 한국인 서버의 상세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한국인 직원을 만나 메뉴 추천부터

피렌체에서 요즘 핫한 카페, 미켈란젤로 언덕 오르는 팁*

까지 현지인이라 알 수 있는 꿀팁을 아낌없이 들었다.

24시간 상주하지 않아도

한국인 직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케팅이 된다.


*현지 팁 :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는 버스는

소매치기 천국이니 젤라또 한입 하며 슬슬 걸어가거나

안전하게 택시를 타는 게 좋다고.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더 포크 The Folk' 앱 덕분에

유명 맛집을 할인 받아 갈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여행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많이 준비할수록

이전에는 안 보였던 것들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맛집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그러니 이탈리아에서는 먹고 기도하고(더 먹게 해달라고) 사랑하라(최애 맛집을).



written by 오늘

12년 차 직장인이자 팀장(잠시 내려놓았다).

에디터 시절 버킷리스트였던 2주간의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1년 1유럽'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굵고 짧게 겪으며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여행과 직장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는 틈새여행을 통해

'오늘'부터 여행과 일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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