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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맛집의 브랜딩-이탈리아 편 1탄 나폴리 피자

나폴리 피자 | 피렌체 스키아차타 | 베네치아 치케티

by 오늘
피자 먹으러 이탈리아 간 사람, 접니다.


피자랑 파스타랑 커피랑 티본스테이크만 먹으면

행복하겠다 싶었는데 2주가 넘어가니 살짝 비상이다.

다행히 이탈리아는 빵도 맛있고 치즈도 맛있고

프로슈토도 맛있고 연어랑 참치도 맛있으니,

이것들을 조합한 로컬 맛집들을 기웃거리다

만난 어마어마한 로컬 맛집들을 큰맘먹고 풀어본다.


이름하여, 숨은 로컬 푸드 찾기

이탈리아 편! 1탄은 나폴리 피자로 시작한다.



나폴리의 피자부심

마르게리따 피자 with da MICHELE


김민재 선수, 장사천재 백사장님이 다녀가 핫한

나폴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피자부심이 강한 도시다.


이탈리아식 피자 하면 대표적인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가 바로 나폴리니 그럴 수밖에.

빨간 토마토 소스에 하얀 모짜렐라 치즈를 얹고,

초록색 바질로 장식한 마르게리따 피자는

이탈리아 국기 색상이 한눈에 드러난다.


나폴리에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피자집,

피제리아에서 3끼 모두 피자만 먹었..으면 좋았으련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나폴리 사람들은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모두 피자를 너무 사랑하는 탓이다.


나폴리 3대 피자 미켈레_20230331_203721.jpg

나폴리 3대 피자맛집으로 손꼽히는

브란디, 다 미켈레, 디 마떼오 중 한 곳만 겨우 성공했다.

일단 기본 대기줄만 1시간 이상이고

테이크아웃도 마찬가지다.


브란디 Brandi 특히 브란디는 마르게리따 피자가 탄생한 집

으로 유명하다. 브란디에 가면 현판에 하나 있는데

1889년부터 마르게리따 피자를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1889년 이탈리아를 방문한 마르게리따 여왕의

입맛을 사로잡은 브란디 피자는

나폴리 최고 요리로 선정되는 영광과 함께

여왕의 이름을 딴 마르게리따 피자가 되었다고.

그래서인지 나폴리 3대 피자 중 가장 비싼 7유로다.


나폴리 3대 피자 미켈레_20230331_201205.jpg

다 미켈레 da MICHELE 3대 피자 중 유일하게 성공한

피제리아인 다 미켈레 역시 1870년 오픈한 노포다.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이곳은

내가 번아웃이 올 때면 한번씩 꺼내어보는 힐링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가

피자를 먹었던 곳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다 미켈레에서 테이크아웃하는 방법이 독특한데

매장에서 결제 시에 종이에 닉네임을 적어주고

차례가 되면 큰 소리로 불러준다.

마치 경매하듯 부르는 이 닉네임이 특이할수록

함께 대기중인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


엄청나게 큰 마르게리따 피자를

단돈 5.5유로에 맛볼 수 있다.


디 마떼오 Di Matteo 대기줄이 너무 길어 포기한

디 마떼오는 3대 피자 중 가장 늦은 1936년에 열었다.

디 마테오는 유명인들이 다녀가서 더 유명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했고

행진 중인 프란체스코 교황에게 직접 피자를

건네기도 했다고.


3대 피제리아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는데

마르게리따 피자가 5유로밖에 안한다는 데에서

그 이유가 쉽게 납득이 갔다.


매장에서 아란치아니(주먹밥 튀김)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테이크아웃 하려고 직원과 눈을 마주쳤는데

지금부터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미련 없이 돌아섰다.


나폴리 3대 피자 미켈레_20230331_212634.jpg

나폴리에서도 특히 정통 피자를 맛보고

싶다면 Vera 인증 표시를 찾아보자.

나폴리 피제리아에서도 다같은 마르게리따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나폴리 피자협회(AVPN)의

규격에 맞춘 피제리만이 인증(Vera)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현재 약 1천 곳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 받은 피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장작 화덕이 있어야 하고,

고온에서 빠르게 구워내기 위해

화덕 온도는 485도 고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수제 도우의 중심 두께는 0.3cm 이하,

크러스트 두께는 2cm 이하로 엄격하게 적용된다.

마르게리따 피자가 대표적인 나폴리 피자인 만큼

토핑은 토마토 소스와 치즈가 베이스가 되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1인 1피자가 가능한 데에는

0.3cm 이하로 도우 두께를 제한하는

정통 기법 덕분인 게 확실하다!


하지만 인증이 없어도 피제리아가 보이면

일단 발길을 멈춰도 좋다. 사실 나폴리에서는

어떤 피자집을 들어가도 맛이 없을 수 없으니.


나폴리 시내_20230331_192515.jpg

나폴리까진 못가지만 화덕 피자는 먹고 싶어

한다면 좋은 소식.


2023년 6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나폴리 피자 세계 챔피언십

'트로피오 카푸토(Trofeo Caputo)'에서

한국인 셰프가 당당히 STG*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셰프의 피자집은 공교롭게도 나의 본가 일산에 있어

이미 가본 적이 있다는 말씀.

일산 '포폴로 피자'는 이미 피자 좀 먹어본 사람들에게

오픈런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화덕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데, 셰프님이 1위를 해버려서 이젠 맛보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지만.


*STG : EU에서 인정한 전통 특산물 인증으로

나폴리 피자는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한국에서의 소울푸드가 떡볶이라면,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 내 소울푸드는 피자였다.

하지만 그냥 떡볶이는 안 된다.

꼭 맨들맨들한 밀가루떡이어야 하고,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로 자작하게 만든 국물떡볶이가 내 취향.

피자도 미국식 피자보다는 나폴리식 화덕 피자여야 한다.

빵순이에게는 토핑만큼 도우가 중요하기 때문.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에 토마토 소스, 바질이나

루꼴라를 듬뿍 얹고 탱글탱글한 부팔로 치즈로 마무리한

기본에 충실한 피자쯤은 되어야 인정.


피자에 대해 글을 쓰며 알게 된 게 있다.

나는 기준이 뚜렷한 사람이구나.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는지 고민하는 요즘

피자를 고르며 나 자신을 알아간다.



written by 오늘

12년 차 직장인이자 팀장(잠시 내려놓았다).

에디터 시절 버킷리스트였던 2주간의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1년 1유럽'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굵고 짧게 겪으며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여행과 직장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는 틈새여행을 통해

'오늘'부터 여행과 일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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