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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맛집의 브랜딩-이탈리아 편 2탄 피렌체 스키아차타

피렌체 스키아차타 | 베네치아 치케티 | 나폴리 피자

by 오늘

피렌체 하면 '티본스테이크'지만

로컬 빵인 스키아차타로 만든 샌드위치도 별미다.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피렌체에서
오직 스키아차타 단일 메뉴로
굳건히 맛집 자리를 지켜온 비결,


궁금하니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줄서는 마케팅은 진리

피렌체 스키아차타 샌드위치 with vinaio


도대체 스키아차타가 뭐길래.

'피렌체 스키아차타' 를 검색하면 나오는

알 안티코 비나이오 All'antico vinaio 로 향했다.


골목 어귀 맛집의 간판을 찾기도 전에

도착지라는 걸 알았다.

골목의 세 곳에 집중적으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


분명 한 곳이 아니라 세 곳.

알고보니 세 곳 다 비나이오 지점이란다.

이 로컬맛집이 점점 더 궁금해지는 순간.


줄을 서시오!

손님이 손님을 부르는 줄 서는 마케팅


이상하게도 같은 메뉴를 파는 두 집 중에

줄이 잔뜩 선 집으로 발길이 향한다.

사실 맛 차이가 크게 없는데도 말이다.


스키아차타 맛집 알 안티코 비나이오는

줄 서는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중인 곳이다.


같은 골목에 세 개 지점을 따로 두고

각각 줄을 서는 시스템을 설계한 것.

보통은 바로 옆집을 얻어 확장하기 마련인데

바로 인근에 각각 오픈해

스키아차타 골목을 만들어버렸다.


덕분에 이 골목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손에 비나이오의 스키아차타를 들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서로 수군댄다.

저 샌드위치 맛있어 보인다
어디서 샀지?


그리고는 자연스레 줄을 선다.

먹음직스러운 저 샌드위치와 똑같은 걸 사기 위해.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운영하여

골목 주변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 자체로

자연스레 바이럴 되는 셈이다.


매출 상승으로 매장 확장을 고려중이라면

비나이오의 줄 서는 마케팅을 눈여겨보면 어떨까.


오직 이곳에서만,

로컬의 힘은 강하다


여행 와서 그 도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찾는 건

모든 여행자들의 공통적인 심리 아닐까.


이미 로마에서 피자, 파스타, 티본스테이크를

충분히 섭렵한 여행자라면 더더욱

피렌체에서 특별한 한 끼를 기대한다.


스키아차타 샌드위치는
그런 여행자의 맘에 쏙 드는 로컬푸드다.


스키아차타는 얼핏 치아바타를 닮았다.

밀가루에 올리브유와 소금을 넣고

오븐에 구운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 빵인

스키아차타는 납작하게 눌린 모양 덕분에

샌드위치용으로 찰떡이다.


스키아차타로 만든 비나이오 vinaio 의 샌드위치는

10분 이상 대기줄은 기본.

메뉴도 스키아차타 샌드위치 단일 메뉴다.


다만, 스키아차타 속재료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샌드위치 종류는 다양하다.


신선한 모짜렐라와 토마토, 햄이 듬뿍 든

SUMMER

촉촉한 프로슈토에 버섯과 모짜렐라 조합

MANOLO

매콤한 멕시칸 스타일의

INFERNO

등등 6개의 메뉴가 7~8유로 사이.


넓적한 스키아차타 사이로

신선한 재료가 듬뿍 든 샌드위치는

스키아차타와 어우러져 정말 맛있다.


피자, 파스타, 티본스테이크까지

강자 투성이인 피렌체에서

한 가지 메뉴로 특화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단일 메뉴에 자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고객(나 같은)은 이런 맛집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시각을 자극하는 쇼윈도!

테이크아웃을 부른다


스키아차타 맛집 비나이오는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일자형 키친 깊숙이 카운터가 있어

줄을 서는 내내 스키아차타 만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형태다.


매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주렁주렁 달린 프로슈토와 하몽에 한 번,
줄 왼쪽 쇼윈도에 쌓여있는 치즈 종류에 한 번

시각적으로 신선한 재료들이 각인된다.


그 다음으로 빨간색에 흰색으로 단출하게 적힌

여섯 개의 메뉴에 눈이 간다.

아쉽게도 메뉴는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어

해석하기 만만치 않지만,

이는 곧 현지인맛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치즈, 토마토, 버섯 등 재료를 아이콘화하여

메뉴마다 붙여두면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거라

건의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테이크아웃으로 받아가는

스키아차타 샌드위치 비주얼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돌아보게 만든다.


메뉴판의 시그니처 컬러인

흰 바탕에 빨간색으로 적힌 비나이오의

심플한 포장지로 절반을 감싼 채 제공되는

스키아차타 샌드위치는 속재료들이 잘 보이는

큼직한 크기 덕분에 한 끼 식사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7유로면 대략 1만원 *1유로=1,420원)


오직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프로세스는

회전율을 높여 어마어마한 대기줄도

금세 소화하니 줄이 길다고 돌아서지 말자.



식사는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먹기 좋아하는

이탈리아에서 ONLY 테이크아웃이 가능할까

걱정은 기우였다.


자릿세(COPERTO)가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파스타보다 3-5유로 저렴한 가격에

강변 벤치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스키아차타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으니.


로컬 푸드는 자칫 뻔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한번 각인되면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스테디셀러가 된다.

포인트는 어떻게 트렌드를 입히느냐다.

뻔한 아이템을 뻔하지 않게 포장하는 방법,

마케터의 영원한 숙제다.



written by 오늘

12년 차 직장인이자 팀장(잠시 내려놓았다).

에디터 시절 버킷리스트였던 2주간의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1년 1유럽'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굵고 짧게 겪으며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여행과 직장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는 틈새여행을 통해

'오늘'부터 여행과 일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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