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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카페로 살아남는 법

도시별 최애 카페의 브랜딩 : 로마 / 피렌체 / 나폴리 / 밀라노

by 오늘

여행 선배가 그랬다.

이탈리아는 길가다 마주친 모든 카페의
커피가 맛있다고.


에이 설마, 했는데 다시 찾은 이탈리아는 정말 그랬다.

오늘은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밀라노

그리고 남부의 나폴리까지

도시마다 점찍어둔 카페에서 만난

인사이트 넘치는 브랜딩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단)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선택적 커스터마이징

-로마 '산트 유스타치오'


로마에는 3대 카페가 있다.

한국에도 런칭한 타짜도르와 산트 유스타치오,

안티코 카페 그레코.


이중 이번엔 소개할 카페는 '산트 유스타치오 Sant' Eustachio'다.

한국인들에겐 타짜도르가 훨씬 유명하지만

내가 산트 유스타치오에 반한 건 1938년에 문을 연 카페

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유니크한 브랜딩 덕분이다.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톡톡 튀는 블루 폰트와

옐로우 컬러 간판은 이 카페의 시그니처,

옐로우 컬러로 패킹된 원두와 틴 케이스에 든 커피초콜릿도

산트 유스타치오만의 정체성을 더한다.

이제 하이라이트, 바 뒤에서 턱시도를 갖춰입은

노신사 바리스타가 우리를 반긴다.

산트 유스타치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매력적이지만

다른 카페와는 다른 주문방식이 하나 더 있는데

커피 주문 시 바리스타가 "Add sugar?"

라고 설탕을 넣어 제조할지 묻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카페에서는 커피 옆에 늘 설탕이 비치되어 있다. 단맛을 더하는 것은 고객의 취향에 맡기는 것.

하지만 이미 제조된 커피에 설탕을 추가하는 것과 제조할 때부터 설탕을 추가하는 것은 맛의 차이가 확연히 난다.

자칭 아.바.라 덕후로서 강조하는 카페 라떼에 시럽 추가 보다 바닐라 라떼가 더 맛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저히 '단맛 sweet'에만 커스터마이징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커피 맛을 다양화하면서도 개개인에 따라 세분화되어 기본을 잃지 않도록 한 산트 유스타치오만의 커스터마이징 기법이 '맛있는 커피'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산트 유스타치오에서는 꼭 설탕을 추가한 '모레토 Morreto'를 마셔보길 권한다.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의 중간쯤 되는 묵직한 질감의

진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구매를 부르는 패키징 브랜딩

-피렌체 '카페 질리'


피렌체 카페 질리를 로맨틱하게 만드는 건

카페 바로 앞 회전목마, 중세로 돌아간 듯한 주변 건축물,

카페 질리만의 커피잔과 무심한 듯 놓여진

코발트 블루 초콜릿.


커피잔에 담긴 커피를 마지막 한모금까지 마시고 나면

갖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질리 로고가 심플하게 박힌 이 커피잔이.


쌉싸레한 커피를 주문하면 진한 초콜릿이나 브라우니

한 조각을 곁들여 내오는 센스 있는 카페가 어디 카페 질리

뿐이겠냐만은, 카페 질리의 프리 디저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직접 패키징한 카페만의 초콜릿이기 때문이다.


코발트 블루 바탕에 골드 컬러로 새겨진 '질리 GiLLi' 로고는

화이트 바탕에 금빛 테두리를 두른 잔 가운데 새겨진 코발트 블루 컬러 로고와 대비를 이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홀린 듯 결제하고 만 카페 질리 커피잔에 담긴 카페라떼를 마시고 있다. 카푸치노 잔&소서 세트는 35유로. 비싸지만 만족는 최상이다.


카페 질리에 방문한다면 바 좌석이나 테이크 아웃 대신

통유리창 테라스에 앉아보길.

눈앞의 회전목마 뷰를 바라보며 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은

로맨틱한 피렌체를 완성하는 최애 커피가 될 거라 자신한다.


클래식이야말로 최선의 브랜딩

-나폴리 감브리너스


이탈리아 커피 하면 떠오르는 장면 하나.

이른 아침 마을 사람들이 익숙한 듯 카페에 들어선다.

바리스타가 정겨운 눈짓으로 인사하며 에스프레소 잔을

척척 준비하면 저마다 바에 기대어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커피내음 나는 풍경.


1유로짜리 에스프레소를 호로록 마시고

1분도 채 안되어 카페를 나서는 일,

나폴리 카페 감브리너스에서는 여전히 일상이다.


8년 전 1유로였던 커피는 이제 1.3유로가 되었지만

1860년과 지금 에스프레소 맛은 똑같을 것만 같다.


클래식한 유럽 카페의 전형답게 고풍스런 건물과 샹들리에, 디저트 쇼케이스를 지나면 흰 턱시도에 블랙 보타이까지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백발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준다.


무심한 듯 툭툭 얹은 소서 위로 스트라파짜토*를

내어주는데 약간 두툼한 감브리너스만의 도기 잔으로

마셔서 더 감칠맛이 있다.

*스트라파짜토 : 에스프레소에 크림과

코코아파우더를 얹어 진하고 단 커피


감브리너스 역시 카페 질리처럼 전용 커피잔이 서빙되며

구매도 가능하다. 펜으로 그린 풍경화 느낌의 꽃과 나무줄기로 둘러싸인 딥그린 컬러의 로고 잔은 커피를 홀짝이는 사람까지 1860년 속 카페에 머무르게 한다.


의외로 전통을 그 모습 그대로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올드함이 아닌 클래식 하기 위해 감브리너스가 다듬어온

세월 덕에 오늘도 나폴리 감브리너스에서는

변함없이 스트라파짜토를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스타벅스로 살아남기,

현지화 & 차별화

-밀라노 스타벅스 1호점

커피부심 이탈리아에서 스타벅스 1호점 '스타벅스 밀라노 리저브' 오픈은 2018년 9월 당시 큰 이슈였다.

이전까지 스타벅스가 없는 유일한 나라였으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타벅스 창업자가 영감을 얻은 도시도 밀라노이고 스타벅스 로고 '세이렌'도 나폴리의 수호신인

만큼 이탈리아와 스타벅스는 인연이 깊다.


스타벅스가 유서 깊은 이탈리아 카페 사이에서 자리 잡기 위해 택한 전략은 '현지화'다. 제대로 된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직접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 카페로 운영하고 피자, 파니노 등 이탈리아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다양하게 구비했다.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매장은

화장실 사용이 무료(유럽에선 중요)!

무엇보다 '차별화'한 점은 이탈리아에서

제대로 된 아.아(얼음 가득)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아.아가 필수인 여행자들은 물론이고,

여행에서 아.아를 접해본 현지인들로

스타벅스 1호점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밀라노 두오모 코앞에 이토록 시원하고 큰 매장이라니

여행자들이 쉬어가지 않을 수 없다.

1층 에스프레소바, 베이커리바, 브루어바 외에도

2층은 칵테일바로 운영되니 밀라노 스타벅스에선 커피 대신 칵테일 한잔 해보면 어떨까.


8년 만에 다시 만난 이탈리아는 그때보다 조금 더 설렜다.

소매치기가 무서워 앞만 보며 걷고 자릿세*가 걱정돼

레스토랑을 기웃대다 돌아섰던 서른 셋의 나보다는 조금

여유가 생겨 설탕을 추가한 에스프레소를

음미할 줄 알게 되었다.


덧붙여 도시마다 최애 카페도 생겼으니 매년 한 번씩 유럽여행을 해온(코로나 기간 제외) 보람(!)이 있다. 이렇게 쓰인 여행자금이 지금 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으니

이만하면 남는 장사라고 통장잔고를 위로하고 싶습니다...!


*자릿세 (Coperto) : 식기, 테이블보, 냅킨부터 식전빵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우리나라의 상차림 비용 같은 서비스 요금. 중세시대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던 순례자들에게 음식을 먹을 공간을 제공하면서 받은 비용에서 유래했다.




written by 오늘

12년 차 직장인이자 팀장(잠시 내려놓았다).

에디터 시절 버킷리스트였던 2주간의 유럽여행을 기점으로

'1년 1유럽'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굵고 짧게 겪으며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여행과 직장 사이를 끊임없이 오고 가는 틈새여행을 통해

'오늘'부터 여행과 일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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