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날. 이유가 없으니 무언가가 무엇인지도 알 방도가 없다. 하지만 그런 날이 분명히 있다. 미증유의 어떤 것이 나를 이끌기를 바라는 날.
그래봐야 사실 사는 것은 어느 정도 쳇바퀴 돌리는 일이다. 정해진 것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쳇바퀴 여러 가지를 만들어둔 나는 언제부턴가 바퀴에서 내려오는 것을 잊어버렸다.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쳇바퀴로 겅중 뛰어넘는 것. 괜히 널찍이 뛰어넘으면서 바닥에 떨어져 무엇인가를 놓쳐버리는 것도 꽤나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뛰어넘는 것. 그런 것이 반복되다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하고 싶은 날도 마치 어제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또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날. 지루하다는 것과 지겹다는 것 그 중간 어디 사이에 서 있는 날은 잠을 깨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날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쳐버린 나는 하늘을 쳐다보며 그냥 무언가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연은 필연이라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또 우연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평소에는 불평 불만이 많더라도 꼭 그런 것 앞에 서면 괜히 수긍하게 되는데. 어쩌면 나는 나를 덮쳐올 어떤 운명 같은 것을 기다리는, 뭐 그런 동화를 아직도 읽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괜히 두 어 시간 수다를 떨고, 국밥을 먹고, 밀크티를 먹고, 장을 봤다.
금요일에.
그러니까, 그랬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