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맨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가 시작하고 또 끝나는 그 시점의 감정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어두워지고 말소리가 잦아든다. 삶이 순식간에 일인칭에서 삼인칭으로 바뀐다. 우리네 삶에 어느 정도는 존재할 법 한. 그러나 절대 존재할리 없는 삶들이 스크린에서 흘러나오고 결국 막이 내린다. 삶이 다시 삼인칭에서 일인칭으로 바뀐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사는 것은 따뜻한 멜로 영화도, 화려한 액션 영화도, 웃긴 코미디 영화도 아니었다. 반복되는 다큐멘터리였다. 나는 살아가는 것과 스크린 속 영화의 괴리를 느끼는 것이 싫었다. 내 삶이 영화고 그 주인공이 나이기를 원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주인공 뒤로 보이는 거리를 걸어가는 행인 일 번이나 카페 공간을 채우기 위해 앉아 있는 학생 삼 번 정도인 것 같았다. 행인이나 학생에게도 삶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삶을 아무도 궁금하지 않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보는 것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 꽤 필요한 일이었다. 나는 때때로 내가 관심이 있는 당신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넌지시 말했다. 또는 때때로 내게 관심이 있는 당신은 나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관례였기에 나는 단 한 번도 영화 대신 작은 독립서점에 책을 사러 가자거나 아니면 꽃집에서 시를 읽자거나 하고 말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꽤나 부끄러운 것이었고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이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