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의 강가는 주름이 졌다

by 석지호

주말인데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밖으로 나왔다. 발 갈 곳을 정하기 힘들어 가만히 서 있다가 오랜만에 강으로 향했다. 별 의미 없이 강가를 걸었다. 바람은 별로 불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피해 한적한 곳에 내려앉았다. 눈을 감으니 강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흐르는 소리는 사람을 차분하게 한다. 사실 차분해지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도 하다. 재밌는 일이다. 강은 크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는 터무니없이 작지만 늘 큰 소리를 낸다. 몇 분 숨죽여 강의 소리를 귀에 담다가 눈을 떴다.

발치의 강가는 주름이 졌다. 계속 흐르면서 모양을 바꾼다. 소용돌이치다가 금세 사라지고 일직선으로 내지르다가 바스러진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반대편 강가의 물을 바라보았다. 멀리 있는 강은 부서지지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 흐르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나의 하루는 언제나 슬프게 부딪힌다. 꽤 빠르게 부서지고 다시 세울 즈음이면 곧바로 깨져 버린다. 당신이 보기엔 그렇지 않을지 모른다. 당신들은 반대편 강가에 있기에 내 시간이 요동치는 것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당신 자신의 하루하루가 부서지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다. 내가 당신의 우울을 강 반대편에서 알 수 없듯 당신이 나의 슬픔을 알 수 없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이다.


오늘 참 오랜만에 강의 소리를 귀에 담는 것처럼 우리는 그저 가끔 자신의 슬픔을 바라보면 된다. 강이 재잘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슬픔은 퍽 좋은 노래가 된다. 당신이 듣지 못할 노래인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아주 조금은 내가 당신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헛헛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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