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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쁜남자 Aug 14. 2024

10년 차 직장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공짜로 얻는 경제적 자유는 없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떠올리면 직장인 신분에서 벗어나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상태를 떠올린다. 직장상사에게 굽실굽실하며 하고 싶지 않은 업무에 치여 사는 삶에서 벗어나는 게 1차 목표이며,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라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뛰어 넘는 돈을 버는 게 2차 목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었을 때, 흔히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냈다고 말한다. 누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 5분 투자해서 월 300만원 벌기”


“블로그로 수익형 파이프라인 구축하기” 


“연 배당 5,000만원으로 파이어족 되는 법”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할 때 부업, 투잡, 재테크, 월 배당, 짠테크, 네이버 애드포스트, 유튜브 수익, 수익형 파이프라인 같은 말이 따라 붙는다. 한마디로 이런 활동을 통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월급을 뛰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월 수익을 공개하면서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전문가 인플루언서를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실제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수익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일에 뛰어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것만큼 그 이상의 노동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악을 쓰고 버텨봤지만, 월급에 1,000분의 1도 안 되는 수익에 이내 곧 좌절하고 만다. 



모두가 다 수익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경제적 자유를 누릴 것 같지만, 그쪽 세계에서도 피라미드형 계급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끝이 아주 날카로운 피라미드. 심하게는 원판형 압정 같은 형태라고 해도 무관하다. 극단적 소수가 전체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그 외에는 고만고만한 다수가 찔끔찔끔 나눠먹는 수준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해볼 일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 자유를 위해 세웠던 두 가지 목표는 내려놓아야 한다. 직장은 계속 다녀야 하며, 월급을 뛰어 넘는 수익까지는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다.



우리가 은행에게 돈을 맡기면 약속한 날에 약속된 이자를 준다. 우리는 주식을 할 때도 일정하게 약속된 배당을 주는 기업을 선호한다. 우리가 건물주가 되고 싶은 이유도 시세 차익을 이용한 수익창출도 있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세 받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일정한 월급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월급이 많고 적고는 다른 문제다. 어쩌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통장을 잠깐 스쳐 지나간다고 하지만, 그 역시 매달 월급이 들어올 것을 알기에 저지른 소비의 결과일 뿐이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월급의 힘은 강력하다. 예측 가능한 수익이기에 우리는 그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직장생활은 포기할 수 없다. 나는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한다. 그렇게 주 5일을 일한다. 경우에 따라 야근도 하고, 장기 출장을 떠난 날이면 공휴일이나 주말에도 일한다. 그렇게 내 하루의 3분의 1 가량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매달 월급을 받는다.



“어떻게 한 직장에서 10년을 다녀?”



나름 10년 차 직장인이다. 누군가는 어떻게 한 직장에서 10년을 다니느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 세상에서 출근하는 게 즐거운 직장인이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연차가 조금씩 쌓이다보니 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당연히 예전에는 이놈의 일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조건적이면서도 막연하게 피하고 싶은 일로 인식되었다. 



이런 인식이 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워라벨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Work’보다는 ‘Life’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직장에서는 어떻게든 시간 때우고 버텨내기만 하면 그만이고, 퇴근 후의 삶이 진짜 내 삶이라는 인식이다. 맞는 말이다. 앞서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매달 월급을 받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이유도 결국 퇴근 후의 삶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다. 출근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10년 차 직장인이 되어보니 진짜 워라벨을 추구하려면 ‘Work’와 ‘Life’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과한 스트레스를 받고,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온 몸이 녹초가 되어 퇴근 후 진정한 ‘Life’를 즐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Work’와 ‘Life’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일하지 말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월급 루팡으로 살자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노동시간은 줄이되 그만큼 일의 능률을 높일 줄 아는 일잘러가 되어야 한다. 일을 잘 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자세라는 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줄고, 퇴근 후의 삶을 확보할 수 있다. 



기왕에 일을 할 바에야 유쾌하게 하십시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피로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일을 통해 살아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쁨이 없는 곳에 진실한 삶, 아름다운 삶이 있을 리 없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열의만 갖고 있다면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지만, 일이 의무가 되면 그때부터는 인생이 지옥에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법정의 『진짜 나를 찾아라』 - 17쪽



법정스님께서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말씀하셨다. 실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육체가 아니라 머리가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퇴근하면 무너진 정신이 몸에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루 일과 중 3분의 1이라는 방대한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게 퇴근 후의 삶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공짜로 얻는 경제적 자유는 없다. 일하지 않아도 매달 따박따박 돈이 들어오는 수익형 파이프라인이 구축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매달 일정하게 입금되는 월급이 소중하다. 그런데 그 월급을 받기 위한 과정이 고통의 시간이라면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렇기에 일의 능률을 높여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해보려는 자세는 수익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 세계에서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영리하게 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제적 자유라는 꿈에도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게 경제적 자유를 위한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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