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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논쟁 다시 보기

윤홍식. (2025). 기본소득 논쟁 다시 보기

by 안해성

이재명 현 대통령은 2025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의 대표 공약이 기본소득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기본 사회'를 지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강령 전문을 통해 본다면, 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재명의 발언은 논쟁적이다. 문제는 기본소득이 정치 · 경제적 상황에 따라 주장하고 폐기할 수 있는 단순한 (재)분배 제도 중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은 방식과 수준에 따라 ‘역사적’ 복지국가의 생산과 분배 원리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체제 전환적 성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역진적 선별성(사회안전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하위 계층이 복지를 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상위 계층이 복지를 받는 역진성을 가진 복지국가라는 의미)으로 인해 복지국가의 분배 원리가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분배 원리를 대신할 강력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보편주의 복지정책에 대한 요구가 쏟아진 뒤 불과 10년 만에 등장한 기본소득 논쟁은 보편주의를 시민권에 더 가까운 형태로 실현하는 새로운 원칙을 제시했다. 기본소득 논의가 전면화 되기 전까지 복지국가 논의에서 보편주의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기 이전 수준의 생활을 보장 받는 권리로 이해되었다.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보편주의의 원리는 권리에 어떤 조건도 부여하지 않는 무조건적 권리로 보편주의를 재규정했다. 보편주의를 모든 시민의 공동의 소유권에 기반한 권리로 구성한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권리를 가지게 되고 그 권리로부터 합당한 분배를 받을 권리를 정식화 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분배 원리는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켰고, 지난 대선에 이재명 대표가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기 까지 가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고 이러한 논쟁은 소모적으로 흘러가게 되며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수 없게 되고 마치 ‘진보 vs 보수’의 격돌로 보이게 만들었다.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이와 연관된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는 복지국가를 현대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것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복지국가와 기본소득은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국가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현재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가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직시하게 했고 복지국가의 무력함을 깨우는 역할을 했다. 복지국가의 현대화론자는 경쟁하는 체제가 없는 분배체계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사회주의라는 대안이 사라진 이후 복지국가의 쇠락을 통해 확인했다. 앞으로의 사회적 담론을 통해 복지국가를 일깨워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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