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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사유 Dec 29. 2023

오늘 문득, 내 마음이 모나 보였다.

오늘 문득, 내 마음이 모나 보였다. 나는 왜 그럴까? 어려운 마음투성이다. 누군가를 너무 쉽게 미워하고, 좋아하고, 죽이고 싶었다가, 사랑스러웠다가, 존경스러웠다가도 한순간에 못난 놈이 되어버리고 마는 그런 마음. 너무나도 줏대 없고,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마음들이 어딘가 미웠다. 이 생각도 오래 안 가겠지.     



올해가 나도 모르는 새에 다 지나갔다. 올해를 시작할 때는 나만의 호흡을 갖자고 다짐했던 것 같다. 남들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잘 살아가기. 알게 모르게 이 다짐을 생각하며 올해가 다 지나갔고, 내년에는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모든 인물은 다 사랑스럽고 저마다의 정이 있는데, 왜 현실에서는 이게 좀처럼 어려운지.      



모난 마음들을 이 공간에 적어 내려가면서도 나는 부끄럽고, 머릿속이 시끄럽다. 나는 그저, 조금 더 잘 살고 싶었을 뿐.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런 곳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 아니, 그래도 내 소중한 사람들은 데려갈까. 그래도 글은 써야 하니까 노트북이랑 책이랑 카메라도. 기왕 갈 거면, 좋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아닌가. 어디든 상관없으려나.      



정돈되지 않은 마음들이 내 오장육부를 관통해 내 입을 통해서, 손가락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졌지만, 여전히 내게는 노이즈가 가득하고 이걸 걸러낼 능력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나는 겨울이 좋다. 남들을 위하는 말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 감기 조심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른 계절에는 좀처럼 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남을 위한 말이 나를 위한 말로 돌아올 때, 그때 나는 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더 나은 내일의 너를 응원하는 일. 그 따스운 이야기들이 겨울밤을 뒤덮는다. 내게 상처를 주었던 말들을 지운 채로 나를 감싼다. 차가운 한기가 스며들 때쯤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말. 나는 그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낌없이 주고, 받지 않아도 그 자체로 풍족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걸까. 올해 초에 썼던 일기장에 쓰여있던 글을 보며 또 나를 마주한다.      



“사실은 제가요. 글을 배운 건 아닌데요. 아, 물론 글을 배운 사람만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요. 제가 쓰는 게 글이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요. 이런 제 맘을 아세요?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쓰는 건데요. 이런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네? 이런 글은. 아 아니다. 네. 감사했습니다. 네.”     



내게는 여전히 어려운 마음들 투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글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년에는 조금 정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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