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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또황 Jun 02. 2020

 <퇴근의 쓸모> 4편. 수련

4편. 수련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화면 속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목을 쭉 폈고 며칠 동안 목이 아파 힘들었다. 또 어느 날은 손목을 다치기도 하고, 등을 다치기도 했다. 얼만큼 힘을 줘도 괜찮은지 몰랐기 때문이다. 수련을 거듭하면서 이제야 조금씩 어디에 얼마만큼 힘을 줘도 괜찮은지 어떤 동작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는지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다. 무리하면 탈이 난다는 것. 수련에서도 일상에서도.


같은 스트레스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다르고, 각자가 강하거나 취약한 분야도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자꾸 잊고 억지를 부리며 무리한다. 내가 저 사람보다 건강하지 못한 것, 튼튼하지 못한 것이 자꾸 내 잘못인 것 같아서 무리한다. 하지만 선생님의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라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무리하지 말자,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괜찮다. 하지만 나의 전 동거인 한나 씨의 말에 따르면 나는 “열심히 병” 환자. 치유가 쉽지 않다. 아니? 그래도 해보자.


3년 전에 목을 심하게 다쳤다. 목을 가누지 못해 일할 수가 없어서 퇴사까지 했다. 부장에게 휴가를 달라고 했더니 깁스하고 일하라고 하더라. 못된 X. 난생처음 목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을 느끼며 며칠을 보낸 뒤  “운동해야 되는데~” 하고 입으로만 내뱉는 습관을 싹 고쳤다. 몇 달간 봉침 치료를 받았고 집에서도 운동을 병행했다.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병행한 결과 목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키까지 1cm나 커졌다. 하지만 그 좋은 습관은 다시 일(과 야근)을 시작하면서 흐려졌고, 내 목 상태는 다시 악화됐다.


스트레칭으로도 목 통증이 해결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른.. 작년 연말부터, 유튜브로 <요가소년> 채널을 보며 요가를 시작했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만신창이 상태였기 때문에 ‘요가’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왠지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요가소년> 채널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가는 “목 · 어깨 통증 완화를 위한 요가", “건강한 척추를 위한 요가”, “15분 모닝 요가", “5번 차크라 활성화 요가”다. 그날의 몸 상태나 기분에 따라 요가를 선택하고 15분~30분 정도 되는 수련 시간 동안 바들바들 떨리는 나의 팔다리 때문에 웃음이 나오는 것을 애써 가라앉히며 호흡에만 집중한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호흡에 집중하며 이 동작 저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선생님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씀을 하신다. “천천히 자세를 풀어 두 다리 매트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누워서 온몸을 이완시키는 동작인 ‘사바사나’ 순서다. 바들바들 떨리던 팔다리를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고 숨을 고르다 보면 ‘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땡볕에서 땀 흘리며 일한 뒤에 잠시 맞는 시원한 바람 같은 시간.


생각이 너무 많아서 끔찍했던 시기에는 요가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기도 했다. 그러면 좀 숨이 쉬어졌다. 눈물이 나기도 했다. 전에 리오 씨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운동을 하면 몸에 근력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도 상처를 회복하는 힘이 생긴다고. 정말로 그런 것 같다. 정말 마음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 나만 그런 거 아니잖아.. 요..가.. 네?


퇴근 후에 저녁을 양껏 먹고 나면 배가 부르고, 배가 부르면 운동을 하기 싫다. 설상가상 잠도 온다. 밥을 적당히 먹고, 돌돌 말아둔 요가 매트를 꺼내서 바닥에 깔아야 요가를 할 수 있는데. 요가 매트를 꺼내기까지가 참 힘들다. 이 과정도 수련의 일환인가 한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 목은 참 꾸준히도 아프기 때문에 아마도 나의 수련은 계속될 것 같다. 지금도 목에 붙인 파스 향기를 맡으며 글을 쓰고 있다. 어제 머리를 묶으려고 팔을 들었다가 목을 삐었기 때문.. 말도 안되는 문장인데 사실이다. (오늘은 너무 아프니까) 내일은 꼭 퇴근 후에 수련하자고 다짐해본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


- 다음 달에는 ‘5편. 야 너두?’로 돌아올게요. 우리 6월에도 정시 퇴근 많이 합시다~!






* <여기 사람 있어요>가 더 궁금하다면?

https://emptypublic.com/we-are-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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